아름다운 마침표, 기부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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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침표, 기부연금
  • 편집부
  • 승인 2014.04.11 16:36
  • 수정 2014-04-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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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철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정부는 3월 13일 제34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나눔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담은 ‘나눔문화 확산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금전적 기부를 다양한 형태로 수용하기 위한 계획기부제도인 기부연금을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사회복지단체, 대학교 등에 제공되는 기부금품은 소외된 이웃을 돕고 저소득층 자녀의 학자금 등으로 활용돼 공적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한다. 축적된 부의 일부를 체계적으로 이웃과 나누는 계획기부가 늘어나면 빈부격차로 초래되는 사회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국세청에서 공시하는 기부금 신고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기부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다만, 기부연금, 유산신탁 등과 같은 체계적인 기부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기부연금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용되고 있는 ‘Charitable Gift Annuity’를 직역한 용어이다. 용어 자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연금상품이나 조건부 기부로 생각할 수 있다.

기부 늘어나는 추세지만 체계적 기부제도 도입되지 않아

그러나 기부연금은 기부자가 현금,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자선단체는 기부연금신탁을 설정하여 기부금품을 운용하면서 평가액 중 미리 약정한 금액을 기부자 본인이나 배우자, 혹은 기부자가 지정한 제3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물론 남은 기부금품은 공익 목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기부연금은 은퇴 이후 또는 여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본인이 축적한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그 중 일부를 생활비로 돌려받는 생활비 정산형기부이다.
달리 표현하면 생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면서 재산 중 일부를 나눔단체에 기부하는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기부연금을 약정하는 분들 중 70% 이상이 75세 이상이고 연금수급자의 평균연령이 79세라는 점은 기부연금의 속성을 보여준다.
미국, 캐나다는 1800년대 중반 이후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거액의 부를 축적한 계층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 절감 등을 위한 목적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계획기부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모은 재산 자선단체 기부…일부 생활비로 돌려받는 생활비 정산형

경영권 승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2세에게 상속될 주식의 일부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때 과세대상 상속자산이 줄어들면서 증여세가 면제되므로 경영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주식의 배당금은 근로자들의 복지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취약한 복지를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기부연금은 상대적으로 재산은 많지 않지만 젊었을 때 기대했던 것 이상의 부를 축적했거나 여생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뜻있는 일에 재산을 기부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활용한다.
미국에서 기부연금을 주로 활용하는 기관들은 대학교, 종교기관, 의료재단, 지역재단 등의 순이다. 건당 평균기부금액을 보면 국립대학이 7만8548달러로 가장 많고 사립대학(5만9167달러), 의료재단(5만8207달러), 지역재단(5만5455달러) 등의 순이다.
종교기관의 건당 평균기부금액은 2만2879달러에 불과하지만 활용건수는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노인들이 기부연금을 활용하면 영생의 위안을 얻고 성직자가 임종까지 지켜봐주므로 작은 금액이지만 남은 전 재산을 기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부금품 중에서 연금으로 돌려주고 최종적으로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금액의 비중은 2009년 기준으로 81.6%이다. 이는 기부연금이 고액의 일시금 기부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부자 입장에서도 남은 재산을 뜻있게 사회에 환원하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고액 일시금 기부의 중요한 매개체…미국·캐나다 등 사례 통해 확인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의 공적 사회복지예산은 다른 OECD국가들보다 적지만, 정부 차원에서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세 나라 모두 국세청 홈페이지에 ‘Charities & Donors’라는 Quick Link와 Help Desk를 운영하며 특히 캐나다는 국세청에 기부지원국을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기구의 역할은 자선단체의 등록은 물론 정보제공과 조언, 기부와 관련된 정책개발, 홍보 및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대학, 자선단체, 대학병원 등의 모금 실무자에 따르면 생활비를 제공받거나 의료비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기부를 상담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관련 규정 때문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기부연금이 도입되면 생활비를 걱정하거나, 유산정리의 어려움 등 때문에 미뤄왔던 분들의 기부가 늘어날 것이다. 순수한 마음의 이타적 기부도 중요하지만 기부를 하는 분들의 다양한 내면의 동기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획기부제도 도입, 자발적 나눔문화 확산과 사회갈등 치유로 이어질 수 있어

순수해야 할 기부금 모집을 마케팅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기부를 원하면서도 여러 이유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기부연금과 같은 계획기부제도는 훌륭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사업의 번창, 높은 연봉, 부동산 투자 등으로 기대 이상의 부를 축적한 분들이 많다. 반면에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여 빈곤의 대물림을 하고 있는 소외계층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늦었지만 기부연금을 비롯한 다양한 계획기부제도의 도입은 자발적인 나눔문화를 확산하여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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