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쾌락의 문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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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쾌락의 문제에 대하여…
  • 편집부
  • 승인 2014.04.11 16:33
  • 수정 2014-04-1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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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윤선 / 심장장애인 칼럼리스트, 경희대 영미문화학부(diversiti 필자)
 스페인 영화 <씨 인사이드 Sea Inside>(2004년 작)는 26년째 전신마비 환자로 누워 있는 라몬이 스스로 생명을 놓을 결심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주변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죽음과 삶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묻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전신마비 환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신마비 상태에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가치 있는 일을 생산해내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의지라는 측면에서 많이 회자된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지속시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시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사람들은 무수히 말해왔다. ‘행복’해지는 것이 삶의 최종목표라고. 행복은 인간이 즐거운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쾌락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거칠게 말하자면 삶은 쾌락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살아가는 것에서 얻는 기쁨이 죽음을 갈망하는 것보다 더 커야만 생의 의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면 어디서 어떻게 쾌락을 얻고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나는 예전에 전신마비가 된 어떤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지능과 언어기능에 손상을 입지 않았고 다행히 그의 직업이었던 ‘정신치료’를 예전과 같이 할 수 있었고 이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예전과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면, 그래서 새로운 쾌락과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찾아내야 한다면 그 한정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것은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이런 극단적인 사례로 삶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매우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실질적으로 닥친 시련들에 의해서, 장애인들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비장애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된 장애인들에게 때로 삶이란 그만큼 무겁게 다가온다. 장애운동의 많은 경우가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삶을 위한 권리’를 목표로 한다.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법률상의 문제뿐만이 아닌 감정의 문제도 개입된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했던 투쟁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삶의 비참함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삶의 사는 비참함’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런 삶을 요구하는 국가에게 그것을 시정해달라고 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장애인이든 혹은 비장애인이든 당신은 스스로의 삶의 쾌락과 행복 그리고 원동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침해당하거나 손상되었거나 혹은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여길 경우, 무엇을 사유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삶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늘 깨어 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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