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생활시설 ‘예림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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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생활시설 ‘예림원’을 찾아서
  • 편집부
  • 승인 2013.06.07 00:00
  • 수정 2014-03-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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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 밝은 미소…아이들의 생기로 가득 찬 곳

■ 사회복지법인 손과손 산하기관
 푸르른 6월의 싱그러움을 흠뻑 머금은 듯 아이들의 생기로 가득 찬 이곳. 바로 인천광역시 부평구 동수로 87에 위치한 ‘예림원’이다.
 예림원은 기독교적 사랑과 헌신의 정신을 기초로, 지역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들의 생활권을 보장해주는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이다. 지적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육성시키는 사회복지법인 손과손의 산하기관으로, 현재 이용자수는 80여 명에 이른다. 이곳은 입소 보호 및 생활훈련, 의료, 교육, 직업훈련 등 최선의 서비스를 지원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고 이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사회통합을 실현, 평생복지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둔다.    
 한편 장애인생활시설은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우선시하지만, 사실상 시설 내 행위의 규제가 많이 뒤따르기 때문에 시설의 종사자들은 그 권리가 과연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시설이라는 명목 하에 안전과 보호만을 추구함으로써 그들의 자유로운 행동에 제한을 가하고, 이에 이상적인 인권을 구현시킬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노출되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들이 시설의 방임이나 무관심으로 귀결되는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딜레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와는 다르게, 예림원의 아이들은 정말이지 티끌 하나 없이 밝은 모습 그 자체였다. 바라보는 이까지도 덩달아 미소 짓게 할 만큼.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선, 오늘의 간식이라며 고구마를 건네주던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시설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불우한 가정형편,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방임, 폭력 등 갖가지 사유에 의한 열악한 가정환경 때문에 입소하게 되었다. 정신적인 장애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정에서까지 상처받은 아이들은 예림원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가정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종사자들의 애정과 관심,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서인지, 한 눈에 봐도 상처가 온전히 치유되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상처의 원인에서 해방되어 한 뼘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종사자 역시 얼굴에 화색이 완연하다. 이처럼 예림원 이용자들은 지금의 만족도를 표정만으로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 예림원만의 특화사업 등 각종 지원사업
 현재 예림원은 서비스욕구·만족도 조사, 개별욕구사정 및 진단, 사례회의, 치료바우처 등을 실시해 이용자의 잠재능력과 욕구, 수준에 따른 ‘개별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인식하고 자립능력과 사회성 기능을 회복하여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와 더불어 ‘의료 및 급식서비스’를 지원해주며, ‘참여와 권리’ 지원을 보장해주고 있다. 또한 메트라이프지원사업, 공동모금지원사업, 인천시지원사업 등의 ‘외부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예림원만의 특화된 사업으로, 다양한 ‘클럽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낮활동반: 원예·사회문화체험·운동 등 성인 중증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성에 맞는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을 지원
▲북퍼포먼스: 북을 이용한 자유로운 감정표현과 내·외부 공연활동을 통해 개인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장애인식을 개선
▲솔찬소리요들단: 지적장애동을 대상으로, 발음과 음정 교정 등 음악활동을 통해 문화적 역량을 배양하고 목적에 부흥하는 활동을 지원
▲락밴드: 개인의 음악에 대한 잠재능력 개발로 다양한 악기 연주방법을 습득
▲마라톤: 마라톤을 통해 지구력 증진 및 체력을 단련하고, 지역사회 마라톤동호회와 연합활동을 통한 사회통합
▲트레킹: 격렬한 운동이 어려운 성인을 대상으로, 생활의 활력 및 신체기능 강화
 이러한 이용자의 잠재력과 욕구에 맞춰 개발된 서비스들은 이용자의 참여기회 확대로 개인의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변화와 성장을 촉진해 이용자의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극대화한다. 또한 클럽활동은 지역사회 내 기관 홍보와 더불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통합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한편 시설거주로 제한된 사회서비스를 받던 이용자가 지역사회 내 일반주택의 가정환경에 거주하면서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로의 자립을 준비하는 ‘체험홈’이 마련되어 있다. 이에 필요한 일상생활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정보제공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여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예림원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시설이 아닌, 장애인 역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설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한계를 명목으로 의존하는 인간으로서 길들이는 것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여 독립적이면서도 누구와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거듭나길 돕는 것이다. 시설의 종사자들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고 우리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용자들의 자립능력과 사회성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시설의 종사자들이 더 이상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좀 더 포용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주며,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력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인터뷰

“이용자들에게 꼭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거예요”
양인숙 주임교사 / 예림원 서비스지원부 주거지원팀장

 2003년 생활재활교사로 입사하여 2007년에 주임교사로 발령받아 지난 10년간 예림원의 따뜻한 엄마이자 든든한 선생님의 역할을 담당해온 양인숙 팀장.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의 교사로 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취재 내내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사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주위 사람들의 권유 때문이었어요. 전공분야가 달랐고 주위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제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예림원으로 향했고, 결정적으로 정문 앞에 놓여 있는 ‘오세암’이란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제 맘을 흔들어 놓았어요.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엄마가 와줄까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그 한 문장이 ‘그래, 내가 예림원 아이들의 엄마같은 교사가 되어주고 싶다’라는 사명감을 들게 해주었어요.”
 이어, 그녀는 고등학교 봉사활동 당시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런 그녀가 현재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아이들의 또 다른 엄마가 되었다는 것. 어쩌면 그녀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건 단순히 주위의 권유 때문만이 아닌, 그때 그 까닭모를 울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예림원에서의 여러 일들을 이야기해주며, 힘든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일에 만족해하고 또 열정적이었다. 시설에 들어와서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며, 오히려 자신에게 기쁨이 되어주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어느 책의 한 구절이었더라. 가야 할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알아야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비록 제가 친엄마도 아니고 제 인생설계 역시 완벽하게 세운 건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한테만큼은 가야 할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요. 이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열심히 공부해서 이용자들에게 꼭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거예요.”     
 시설의 특성상 교사의 전출이 잦기 때문에 이미 부모와의 이별을 겪은 아이들은 또다시 헤어짐을 반복해서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을 안타까워하고 또 오랜 기간 예림원에 머문 만큼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함께 해온 양인숙 팀장은 앞으로 함께 할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이 제게 ‘선생님은 안 떠나실 거죠?’라고 묻는데, 정말 마음이 아파와요. 헤어짐의 아픔이 누구보다 큰 아이들이라 저마저 아이들에게 헤어짐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년퇴직으로 어쩔 수 없이 언젠가는 예림원을 떠나게 되겠지만, 예림원이 허락하는 한 그전에 제가 먼저 그만두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예림원에 머문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예림원 이용자의 자산관리, 인권교육 및 상담, 인권지킴이, 이용자 자치회를 담당해왔다. 특히나 2009년에는 ‘제1기 장애여성 성폭력예방 강사 아카데미교육’ 수료 후 본원 직원교육과 이용자 인권교육을 담당하여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2013 장애인거주시설 인권교육 강사양성 기본과정’을 수료한 상태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제 마음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진심으로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일상적인 가정처럼 보다 세심하게 챙겨주고 싶은데, 시설이라는 여건상 여러 가지 제한되는 상황이 조금은 안타까워요. 부족한 저이지만 서있는 위치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배움으로써 이용자 모두가 만족해하는 예림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비록 임기가 다해 예림원을 떠난다 해도 예림원에서 저 한사람을 신뢰하고 양성시켜 이 자리에 있게 한 것처럼, 제 자리가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양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녀의 말마따나 예림원에서 허락하는 한, 아이들을 비롯해 예림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모든 지적장애인들이 그녀의 애정과 관심을 밑거름으로 스스로 자신의 꿈나무를 무럭무럭 키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그녀의 바람대로 예림원 이용자들 모두가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거주시설로 보다 거듭나길 바란다. <김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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