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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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열정
  • 편집부
  • 승인 2012.10.22 00:00
  • 수정 2013-01-2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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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인천혜광학교 교사

 

유난히도 뜨거웠던 이번 여름. 커다란 태풍이 두 개나 지나가고 나니 이제 파란 가을하늘이 눈부시다. 운동장에서 밝게 뛰어 노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노라니 무엇이든 열심히 씩씩하게 해내는 모습이 그저 대견하다.

8월 13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진행된 여름음악캠프에 저 아이들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학교 곳곳에 플롯과 바이올린, 비올라 등 오케스트라 연습을 했다는 사실이 흐뭇하다. 정말 에어컨 없이는 잠시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이번 여름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활을 켜고 나팔을 불면서 서투르고 어색한 우리 학생들의 솜씨가 하루하루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는 감동을 맛보면서 내가 참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이 들었다. 서로 악보를 불러주고, 피곤한 어깨에 안마를 해주면서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이지혜 학생은 부산 해운대로 가기로 한 가족여행을 미루면서까지 음악캠프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혜뿐만 아니라 무더운 날씨에 너도 나도 시원한 바닷가, 계곡으로 떠나고 싶었겠지만, 연주회를 위해 묵묵히 연습에 매진한 학생들이 무척 고맙다. 특별히 한창 여름휴가철인 8월 2일은 물론 9일과 광복절인 15일에도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 음악의 열전에 함께 했다. 이번 달 9월 25일에 있을 제2회 인천혜광학교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위해 일하고 땀 흘리는 모든 우리 혜광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악보가 보이지 않아도, 첼로의 현이 보이지 않아도, 외워야 될 곡들이 많아도 불평불만하지 않은 우리 학생들은 내가 만난 가장 큰 보배이다. 저 파란 가을하늘을 바라 볼 수 없지만 언제나 그 마음에 맑고 푸른 하늘을 담은 우리 초등학생들이 나는 사랑스럽다. 이제 제법 음악다운 소리를 내는 중, 고등학생들은 물론 함께 땀흘리고 자신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사비를 들여 레슨을 받고 악보를 외워 설명하는 우리 시각장애선생님들도 내가 배워야 할 스승들이다. 학생과 선생님, 졸업생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이 열정의 노력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함께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과 신념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악기와 강사비 등 실제적인 경비를 지원해준 여러 후원업체들, 그리고 이 뜨거운 여름 날 삼계탕을 비롯한 맛난 간식들을 준비해준 영양사님과 식당 조리사님들 모두모두가 숨은 일꾼들이다. 그저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오듯이 우리의 결실이 아름답게 맺어져 많은 비장애인들이 우리 시각장애학생들과 여러 장애인들을 더욱 이해하고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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