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초석,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확보하자
상태바
나눔의 초석,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확보하자
  • 편집부
  • 승인 2012.10.22 00:00
  • 수정 2013-01-21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옥 통계청 통계개발원장

 

요즘 한국 사회 곳곳에서 나눔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기부와 봉사활동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소수 민간단체 주도로 이루어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기업, 단체, 개인들까지도 나눔 활성화에 다각도로 동참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더욱 성숙한 사회, 진정한 의미의 선진사회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로 대별되는 나눔은 그 정의상 도덕에 기초한 가치지향적 행위이다. 또한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발적 희생을 감수한다는 측면에서 ‘이기적’ 개인보다는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을 지향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눔은 사회공동체를 따뜻하고 풍요롭게 하는 사회통합의 핵심 지표이자 성숙한 시민사회의 지표이다.

흥미롭게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개인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더 만족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희생하며 광장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나눔이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13세 이상) 결과를 보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집단’의 기부 참여율은 52.7%인 반면에 ‘불만족하는 집단’은 27.6%이다. 자원봉사도 ‘삶에 만족하는 집단’은 28.5%, ‘불만족하는 집단’은 13.1%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후 관계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기부나 자원봉사를 더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사회의 성숙과 함께 나눔을 활성화하기 위한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이 2000년 이후 크게 증가하였다. 정부도 나눔의 사회적 가치에 착안하여 기부금에 대한 세금공제 한도와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체계적으로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나눔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최근에는 정부 내에서 효과적인 나눔 확산 정책의 수립 및 평가를 위해 현재 기부나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가 몇 명인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기부금액이나 봉사시간 등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 기초 통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통계청은 2011년 사회조사에 기부와 자원봉사에 대한 조사항목을 보강하였다. 이로 인해 기존의 기부와 자원봉사 참여율뿐만 아니라 정기적 참여, 인지경로, 향후 참여의사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기부의 경우 대부분 통계가 사회조사처럼 참여자(개인, 기업)로부터 획득된 자료를 기초로 생산되고 있으며, 기부금을 받아 배분 활동을 함으로써 나눔의 중추적 매개 역할을 하는 비영리단체(NPO)를 통한 통계생산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는 비영리단체로부터 통계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여자로부터는 비영리단체가 받은 총 기부금 규모, 사회분야별 배분 및 활용실태, 고용현황 등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비영리단체를 통한 통계생산은 매우 중요하다.

비단 통계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기부문화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라도 기부단체의 자금운영 투명성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비영리단체 기부금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기부자 입장에서는 기부행위를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사회조사 결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증대’(54.8%), ‘기부단체 자금운영의 투명성 강화’(20.6%)가 높게 나타났다.

주로 비영리단체에 해당하는 기부단체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가 필수적이다.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정책적 함의를 가지는 통계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과 행복한 삶을 위해 나눔이 가지는 개인 및 사회적 가치는 명백하다. 나눔은 제공자인 참여자, 매개자인 비영리단체, 제도적 지원을 하는 정부기관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각 주체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나눔의 실태에 대한 정보공개 및 통계생산이 필요하다. 나눔 자체가 도덕성에 기초한 만큼 비영리단체의 정보공개는 당연한 책무이다. 나아가 투명한 정보공개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여 장기적으로 나눔 활성화에 기여하고, 또한 나눔의 각 주체들도 공개된 객관적인 통계에 기반한 정책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