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제도는 인권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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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인제도는 인권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 편집부
  • 승인 2012.10.22 00:00
  • 수정 2013-01-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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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팀장

 

그동안 인권센터를 통해 접한 사례 중 가장 속상하고 답답했던 것은 지적장애인의 인권침해사례였다. 인권침해 상황이 노골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고 그 아픔이 커져버린 상태에서 사례들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주로 판단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용하여 명의 도용, 재산 갈취, 상거래상의 불이익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특히 아는 사람들에 의해, 가족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지적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없을까? 또 지적장애인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지원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없을까? 이를 공적 시스템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많았다. 성년후견제도의 필요성은 그래서 등장했다.

사실 기존 민법에서는 금치산·한정치산제도로서 장애인의 거래행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의 행위능력을 아예 제로‘0’로 만들어 획일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였고 장애인의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재산권을 박탈하기 위하여 후견이 악용될 소지가 많았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낙인의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제도였다. 장애계는 본격적으로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기하고 후견인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성년후견제추진연대를 만들어 공론화하였으며, 오랜 노력과 활동으로 민법은 개정되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성년후견제도의 핵심은 의사결정능력의 상태에 따라 후견의 유형을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다양화하고 후견업무도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로 확대하였다. 개정내용은 장애인의 의사와 현재의 능력을 최대한 반영하여 후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여, 분명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제도가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유용한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자기결정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후견인제도는 기본적으로 '판단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전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장애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보호관점에만 머물러 도리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판단을 대신해주어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순간 장애인과 후견인 사이에 위계성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장애인은 수동적으로 후견서비스를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후견제를 활용하고 선택하는 선택자의 위치로 존재하여야 이 제도의 본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의사결정능력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판단할 것인가.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의사소통의 방법, 도구개발 등도 남겨진 과제다.

둘째, 장애인의 최선의 이익을 도모하고 책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의 자격을 엄격하게 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한다. 자칫 예산상의 이유로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이제도를 시행하다가는 장애인의 삶을 그저 소일거리 찾는 사람들에게 송두리째 넘길 수도 있다. 따라서 교육의 내용을 제도의 취지뿐만 아니라 관점 및 가치관교육, 권리옹호교육, 법률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철두철미한 교육, 그리고 실제 실무연습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비용도 그에 맞게 책정되어야 한다. 또한 성년후견의 욕구가 있는 장애인이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성년후견제도는 인권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인권관점이란 제도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각종 권리들 즉, 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 등에 기반하여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해결과정을 장애인과 함께 모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때 후견인은 권리옹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후견인의 인권감수성,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 다시 말하면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후견과정에서 매순간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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