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천천히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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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천천히 걸어온다
  • 편집부
  • 승인 2012.10.22 00:00
  • 수정 2013-01-2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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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별봉사단 전경환 단장

 

 

“당신은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천천히 배려하면서 다가설 수 있습니까?”

‘배려’, ‘느림’, ‘관심’ 이런 단어는 요즈음의 사람들이 즐겨 많이 찾는 단어일 것이다. 또한 시대가 어려울수록, 삶을 영위함에 있어 고단함이 더할수록 찾게 되는 키워드는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며 진심을 다하여 다가서는 ‘봉사’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결국 배려와 관심 속에서 천천히 다가서는 봉사활동이 나눔의 미학을 표현한다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며, 시간에 쫓겨 다니지 않는 지혜와 능력을 느림이라는 미학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세대가 경험하고 있는 이 경이로운 풍요를 위하여 너무도 바삐 지나온 그들이 몸과 마음이 지쳐 더불어 잠시 몸을 뉘이고 있는 시설을 찾아 1년에 한번이지만 그들을 만나러 간다.

 

지나온 시간과의 아름다운 동행

 

시설에서의 이분들의 느림은 지나온 삶에 대한 감사와 기다림의 의미이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일 것이다. 이곳의 어르신들과 상근하며 그들의 요양을 도와주는 많은 천사 같은 분들은 그저 잠시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간 우리들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에 대해 말을 건넨다.

늘 그렇듯이 회원 모두 모여 작지만 소중한 무언가를 위하여 땀 흘리고, 미소를 만들어내며 서로 행복해하는 매월 한 번씩 벌어지는 날들 중의 하루였을 뿐이다. 부끄러울 정도의 작은 선물을 건네주고는 곧바로 그리움에 목말랐을 어르신들을 위하여 어깨와 손·발을 주무르고, 웃음이 묻어날 수 있도록 말벗을 해주는 시간도 있었다. 손자 같은 어린 친구들의 모습에 그리도 좋았나보다.

일손이 많지 않아 제때 가꾸지 못한 화단과 텃밭에서 잡초제거와 모종을 하는 회원들의 얼굴에서 흐르는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만들어내는 맑은 땀방울은 이른 새벽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이슬보다 아름답다. 찾아온 나그네인 우리들과 서로를 의지하며 천천히 일상을 살아가고 계신 어르신들의 가슴과 마음에 사람의 향내를 피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지나온 삶에서 시선을 거둬버린 어르신들의 밝은 웃음을 다시 찾아주고자 그들을 주연으로 삼은, 진정이 들어 있는 사랑을 보여주는 한바탕 위문공연에서 번지는 웃음이야말로 자연스러운 나눔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아름다운 휴게소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관심이 없는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 장애인이 힘들게 보도를 걸어가도 도와주기는커녕 그 불편한 몸을 보고 찡그리는 사람들의 세계가 바로 우리 사는 세상의 자화상이며, 더없이 차가운 세상이다.

여기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생색이나 내려하는 선심성 선물이나 일회성의 방문보다 몇 곱절의 가치 있는 우리 이웃들의 나눔과 가족들의 사랑을 내세움이 모토이다. 마음의 프레임(The frame of mind)을 바꾸고,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에서 작동하는 몰입과 즐거움이 자원봉사활동의 원동력이다.

정말 어려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자주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사랑의 집고치기’라는 이름으로 참 어렵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좀 편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굳이 모든 회원들이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며 진행을 하니 시간은 더디 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 한명 없이 하던 일이 어느덧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서고 작업을 마치고 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울 때가 많은 일이 이 집고치기 봉사활동이리라.

“너무나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때때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헤어질 때 즐거워하며 건네는 말 한마디는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할 뿐이었다. 거꾸로 삶의 존귀함에 대하여 배웠음이 맞는 표현일 텐데 말이다.

그렇게 몇 시간여를 달려온 봉사활동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늘 따스함을 품을 수 있게 해주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간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가능성만 우리가 보여준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가장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에서>

따뜻한 가정에서 평화로움을 얻을 수 없을 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등에 업은 자원봉사자들이 천천히 다가와 함께 한다면 이곳이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아름다운 휴게소일 것이다. 항상 맑지는 않지만 매월 어느 한날 우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휴게소를 천천히 다녀올 수 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고 묻기라도 한다면 그렇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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