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로도 사회사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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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로도 사회사업이 가능합니다”
  • 편집부
  • 승인 2012.10.19 00:00
  • 수정 2013-01-2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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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희/인천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팀장, 사회복지사

 

내가 있는 기획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홍보사업이다. 홍보는 어떤 주체의 비전, 정체성, 활동 등을 일반에게 널리 알리고 동참을 유도하는 활동인데, 홍보라는 업무가 사회복지사의 고유영역과는 관계없는 별개의 업무로 치부돼버리기 쉬워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로서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홍보로 사회사업하기’라는 강좌를 듣게 됐다. 그 강좌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하는 홍보 내용에는 사회사업의 가치, 방향성, 비전을 담아내야 하며 당사자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담아내고 홍보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과 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부탁하며 지역을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며 지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사회복지사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홍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통해 ‘홍보로도 사회사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니 홍보사업이 사회복지사의 중요 업무 중 하나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배운 대로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후 바로 맞닥뜨린 것이 소식지다. 인천광역시장애인복지관에서는 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1년에 4번 발행되는 소식지의 이름은 ‘해내기’다. ‘해내기’라는 뜻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희망을 담은 복지관의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호칭인데 1994년 설립 당시부터 이를 사용하고 있다.

소식지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소식지의 이름이 ‘해내기’라면 당사자(장애인)분들의 해낸 이야기가, 그것도 힘들게 사는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밝고 재밌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기관이 그렇듯 기관의 행사내용 또는 전문지식을 일방적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식지를 제작하는 과정에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시각장애인 유정선님은 2년이 넘도록 첫 페이지에 시를 써주고 계시고, 장애아동의 어머니는 1년여 동안 글을 연재해주셨다. ‘칭찬합시다’ 코너를 통해 직원들을 칭찬해주신 이용자분들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고 지역사회 안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소식지는 이용자, 자원봉사자, 후원자분들을 중심으로 배포된다. 그렇다보니 지역사회 주민이 소식지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콘텐츠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소식지인데 미처 배포하지 못해 남게 되는 양도 종종 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사람이 많이 방문하는 약국, 병원, 은행, 주민센터를 찾아 인사드리며 안내데스크에 비치할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타 기관에 근무하는 동료사회복지사는 지역의 중국집 사장님께 부탁드려 음식배달 시 소식지도 함께 가져가 주십사 부탁드렸다고 한다.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자연스레 지역주민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복지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니 연결고리를 맺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식지의 밑받침이 되는 것은 동료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식지는 동료의 사회사업을 돕는 매개체가 된다. 동료가 소식지에 실린 자신의 사업관련 글을 들고 지역사회에 나가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이 이런 사업이라고 소식지를 통해 홍보할 수 있도록 한다면 동료의 사업을 돕는 소식지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재능기부, 후원 등 나눔을 실천해주고 계신 분들을 찾아 소식지에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동료가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어 그 소식지를 들고 찾아가 지역사회에 좋은 일들을 하시는 분이 많은데 동참해 보시면 어떠실지 권유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하는 사업을 소식지를 통해 소개하며 자원봉사를 해주실 수는 없는지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소식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참 뿌듯한 일이다. 소식지를 통해 지역사회의 나눔문화가 확산되고 관계가 풍성해지니 뿌듯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한 번의 소식지 발행이 남았다. 그리고 내년 소식지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보통 소식지에 1~2페이지 단위로 다양한 소재들을 담아내고 그 소재들이 모여 한 권의 소식지가 만들어진다. ‘홍보로 사회사업하기’라는 책을 통해 얻게 된 아이디어인데 내년에는 한 가지 소재로 소식지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면, 여성장애인의 육아이야기나 장애청소년의 여행이야기 등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대부분의 페이지를 그 주제에 맞게 시, 수필, 인터뷰, 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 간다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당사자, 후원자, 자원봉사자, 담당자 등이 이 소식지를 자기 것처럼 주변 분들에게 자랑스럽게 나눠주며 설명할 것이다. 또한 계간으로 나오는 소식지 특성상, 기한을 넘기면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봄호를 여름이 되면 버리고, 여름호를 가을이 되면 버리게 되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보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지역사회 안에서 ‘해내기’를 매개체 삼아 사람을 만나는 일들이 풍성해지길,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지역사회 안에서 ‘해내기’를 자연스레 만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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