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과 함께 한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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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과 함께 한 6개월
  • 편집부
  • 승인 2012.09.21 00:00
  • 수정 2013-01-2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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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희/인천시자활센터 팀장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란 제목의 책을 무조건 한 권 사서 읽었다. 자활사업 8년차인 나에게 올해 주어진 과제, 그것은 바로 ‘희망의 인문학’이었다. 딱히 인문학을 무어라 정의 내리기조차 버거웠던 나에게 인문학은 그렇게 다가왔다. 생소하기조차 하던 인문학이란 제목만을 가지고 연수세화복지관으로 찾아가서 관장님을 뵙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다년간 실시해 온 노하우를 전수받겠다고 노트에 한 가득 필기를 하고서도 여전히 마음에 쌓인 갈등은 쉬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렇게 전수조사라는 명목 하에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참조해 보기도 하고, 경기광역자활센터에서 계획해 놓은 인문학 계획서도 검토하면서 그렇게 준비과정을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나 드디어 2012년 ‘인천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 11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만일 혼자 그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면 과연 난 할 수 있었을까? 분명 쉽지 않았으리라고 여겨진다. 이 모든 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나에게 힘을 주고 뜻을 같이 했던 성산효대학원대학교라는 수행기관이 있었고 무엇보다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먼저 진행해보신 오장근 교수님이 계셨기에 우리의 작전은 아주 잘 진행되었다.

4월 3일 입학식에 95명의 자활참여자가 참석하였다. 당초 목표인원인 120명에 못 미치는 참석인원으로 시작한 3개월의 과정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시간이면 오전 근무로 지친 참여자들이 고개를 꾸벅이며 졸기에 바빴고, 매 시간 마다 실시하는 평가 설문지에는 참으로 다채로운 평가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실질적인 평가는 무엇보다 간식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고백들이었는데, 떡을 준비한 날은 김밥을 달라는, 김밥을 준비한 날에는 떡으로만 했으면 좋겠다는, 심지어 주먹밥을 줄 바에는 차라리 간식을 주지 말라는…… 다양한 평가들이 진행자인 나를 당혹스럽게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늘 수업시간이 길다고 집에 가서 밥 할 시간을 달라며 일찍 끝내주길 소망했고, 이런 저런 것들로 불평불만들이 늘 내 귀에 들려왔었다.

그런 그들이 어느 순간부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온 맘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내 스스로도 느끼는 그 시점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어쩜 그건 그들만의 변화가 아닌 나 자신의 변화를 말하고 있기도 했다. 우리가 함께 인문학 강좌를 들으면서, 역사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그곳을 함께 발견하고, 음악을 통해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나누고, 문학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하나가 되어있었으며, 우리는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화요일반 60명, 목요일반 60명, 합이 120명이나 되는 교육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 씩 만나면서 그 얼굴이 그 얼굴 같고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아 헛갈리기도 여러 번 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외워 불러주고 소속을 기억해주고 나니, 어느새 언니, 오빠, 동생이 된 듯 가까워져 있는 그들을 나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분당문화센터에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해보신 오장근 교수님께서 좋은 강사진을 꾸려주셨고, 좋은 강사님들의 좋은 강의가 나와 우리 교육생들을 분명 긍정의 힘으로 이끌었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SBS의 조욱희 PD님의 강의 마지막 시간, 한 분씩 허그하며 서로를 감싸 안았을 때 우리는 이미 하나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고, 따분하게만 느낄 것 같은 우려를 뒤로 한 채 기립 박수로 화답하였던 클래식 콘서트에서는 우리 모두의 질 높은 교육의 완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학교 다닐 때 땡땡이에 익숙하던 나이기에 한 번 빠지면 또 오고 싶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서, 매주 수업에 빠지시는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드렸다.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혹시 감동이 되었을까? 입학식 날 95명 참석이었던 것이 졸업식 날에는 110명이라는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팀장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케이크를 선물 받고선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한 감동까지 내게 선물한 2012년 ‘인천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 1기, 2기 졸업생 여러분! 당신이 바로 저의 인문학입니다. 3개월 과정 동안 고생하였다고 격려의 꽃다발과 수많은 문자로 인문학의 결실을 맛보게 해주신 여러분,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저의 2012년‘인천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과 함께 했던 6개월의 시간은 제 인생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삶의 인문학이 되어 누구보다 씩씩하게 사시길 소망합니다. 여러분은 저의 자랑입니다. 저는 이제 여러분들이 주신 그 힘으로 하반기 ‘인천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다시 준비하며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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