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취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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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복지는 취업이다
  • 편집부
  • 승인 2012.05.16 00:00
  • 수정 2013-01-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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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88만원 세대론’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88만원 세대론’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균형과 20대가 겪어야 할 경제적 소외에 대한 비평적 담론을 담고 있다. 이들 세대의 경제적 입지를 상징하는 ‘88만원’이란 액수는 20대 중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의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의 평균소득 비율 74%를 곱한 것이다.

저자인 경제전문가 우석훈과 박권일은 이러한 세대간 불균형과 경제적 소외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분야별 독과점화, 지역경제 해법의 결여, IMF를 기점으로 한국이 글로벌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편입된 이후 한층 가속화된 승자독식의 일반화 등을 지적했다.

요즘 최고의 화두는 취업이다. 예전엔 누구네 자식은 어느 대학에 들어갔고 누구네 자식은 재수를 한다는 둥 명문대학 진학이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졸업 후 취업을 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항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심각한 취업난 속에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만성적인 취업난으로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88만원 세대들은 생활고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까지도 미룬 채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분야가 아닌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찾아 전공을 정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졸업 후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삶의 만족도가 낮아 전직을 하거나 다시 실업자 생활을 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나 각 정당에서는 복지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노인복지나 유아, 학생들의 급식문제 등에 집중되어 있지만 88만원 세대에 대한 복지정책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결혼과 출산까지도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가속화 시킨다.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88만원 세대에게 있어 최고의 복지는 취업이다.

고도 산업사회는 경제가 활성화되더라도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인력고용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기술 개발에 치중한다. 투자대비 인력 고용률이 낮다는 말이다. 산업사회의 이러한 흐름은 88만원 세대들의 근심을 더 하게 하는 요인이다. 대부분의 88만원 세대들은 고학력자들이다. 이들은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에 선배 대학졸업자들이 무난하게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좀처럼 눈높이를 조정하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의 진입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반면, 중소기업은 그들대로 심각한 구인난을 겪는다.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현상이다. 서로 반대 길로 교차하는 현실적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작년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취업이 확대되고 있는 사례는 학력만능 사회를 실력이 우선 되는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저변에 깊게 뿌리박힌 학력 중시 풍조에 비춰볼 때 고학력 청년실업이 쉽게 해결되리라 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서 방황하다 뒤늦게야 현실을 깨닫고 기술의 세계에서 꿈을 펼치고자 재입학한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년~2년 동안 기술을 배워 관련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도 있고 나름 중소기업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학력자가 기술을 배우면 성취도가 높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학문과 폴리텍의 현장 밀착형 기술교육이 조화를 이루어 단기 집중적인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기업에서도 이러한 인재를 환영한다. 통상적인 사무업무와 기술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융합한 멀티테크니션(Multi Technician)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청년들도 정부나 사회에 대한 책임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기술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중소기업에서 마음껏 꿈을 펼쳐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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