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기회
상태바
사랑받을 기회
  • 편집부
  • 승인 2012.04.26 00:00
  • 수정 2013-01-23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희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과 잦은 학대에 못 이겨 집을 뛰쳐나와 노숙생활을 하던 A. 그녀는 급기야 여관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하다가 얼굴 등 온 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방화범이 돼 소년원에 들어왔다.

그러나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화상 치료와 함께 일자리 약속까지 받은 그녀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다.

고아로 태어난 B는 4세 때 양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두 번째 입양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초등학교 때 출생의 비밀을 알고 방황하다가 결국 소년원 신세를 지게 된 B는 소년원에서 음악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모 국립대학교 음악과에 입학해 잘 다니고 있다.

현재 전국에 있는 10개 소년원에는 2000여 명의 비행 청소년이 있다. 대부분 고아 또는 결손가정 출신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다수다. 부모가 있다고 해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들이다 보니 그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약 17%인 87만명이 ‘위기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고 성인 범죄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되면 사회가 부담해야 할 대가와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사랑결핍증이다. 바른 성장에 꼭 필요한 분량의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랑결핍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자신의 삶을 함부로 하기 십상이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거창한 물질적 도움보다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사랑과 관심에 더욱 감동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

어느 노랫말처럼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럴진대 이 세상에 태어나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아볼 변변한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채 불우한 청소년기를 지내야 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 훈훈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고 인생은 살 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공정사회의 핵심 가치인 기회균등의 출발점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