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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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희망
  • 편집부
  • 승인 2012.04.26 00:00
  • 수정 2013-01-2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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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택 /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2년을 시작하면서 본 필자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2곳(이후, 편의상 A, B 센터로 표기함)에서 새로운 지각변동이 있었다. A와 B 센터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소하였으며, 규모와 발전사항, 소재한 지역의 크기, 도와 시의 지원 내용, 센터 소장들의 성향 등에 있어서도 대동소이하였기에 사업내용이나 예산의 크기도 비슷하였던 것이었다. 본 필자는 이들 2개 센터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양 센터가 센터운영의 안정화 단계를 거치며, 확장되는 것을 보면서 많이 기쁘고 즐거웠다.

그러나 2012년에 들어서 이 2개의 센터가 각자 다른 형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A 센터는 소장 개인의 신념과 선의(善意)에 의하여 물러나며 소장 교체의 수순을 거쳤고, B 센터의 경우 센터구성원들의 옹립에 의하여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물론, 센터 내 소장의 교체 사항에 따른 내용들을 제외하고서는 예년과 동일한 상황이다. 동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장에 따른 센터의 성향은 그 밑바탕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A 센터의 경우 전임소장의 활동내역들을 대부분 승계하고 있다곤 하나, 신임소장의 역할 정립과 새로운 시작임을 나타내고자 센터 기저부터 다지기를 다시 시작하는 양상이다. 그러기에 새로운 사업과 확장된 내용의 센터 업무 정립은 아직 보이질 않고 있다. 이에 비하여 B 센터의 경우 과년도의 사업에 더하여 새로운 사업추진에 있어 비약적인 추진과 업무실행력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000년도 우리나라에 생기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12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공과도 많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공으로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와 의견을 기반으로 한 이념, 관점의 구축과 새로운 전달체계로서의 역할 정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비하여 가장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센터의 사유화 경향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센터를 설립하고 안정화시키는 단계에서 헌신한 센터 소장 및 주축세력의 노력을 결코 간과하여서는 안 되지만 센터가 마치 개인의 사유물처럼 인정되는 현상은 장애인복지를 옥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에 대한 경계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된(또는 개선되도록 노력하는) 장애인들의 자조집단(모임)에서부터 출발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일정부분 주축세력의 개별적인 특성이 수용되어야 할 조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구조 내 하나의 조직체(또는 구조)로의 역할과 지위가 부여되는 순간부터는 사회구조의 공식적인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야 한다. 사회로부터 재원과 인력자원 투입, 재가(sanction) 등을 획득할 시 반드시 공적 조직체로서 갖추어야 할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개인의 사적 기업처럼 인식하고 사업과 서비스 제공과 이를 통한 이윤의 추구만을 강조하게 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 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자체의 센터 평가 시행, 인증제 도입에 대하여 심각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진하여 소장직을 반납하고, 센터 내 규정과 정관을 개정하여 센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한 A 센터와 센터 전임소장의 노력에 희망을 가져본다. 마찬가지로, 센터가 더 발전하도록 하기 위하여 센터 전체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소장을 옹립하여 더 일할 수 있도록 한 B 센터에도 동일한 희망을 가져본다. 무한도전 레슬링 마지막 편에서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정형돈의 말이 기억난다. 레슬링 프로선수가 아니기에 최고의 경기는 아니었음을 고백하는 겸손함과 죽을 것 같이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두 개의 센터에서 최선을 다한 노력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는 고백이 나오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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