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솜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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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솜이불
  • 편집부
  • 승인 2011.07.25 00:00
  • 수정 2013-01-25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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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천시 남구 문학동주민센터의 명예공무원들과 함께 홀로 사는 어르신 댁 방문 봉사에 동행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문을 두드리며 “저희에요~”라고 말하면 버선발로 나오셔서 문을 열어 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그동안 쌓여왔던 이야기 거리를 끊임없이 풀어놓는 어르신들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

방문 코스 마지막이던 한 할머니 댁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연신 손부채질을 해야 했다.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는 장마철 후텁지근한 날에도 보일러를 틀어 놓으시고 솜이불과 내의를 입고 계셨다.

한 여름 속에서 홀로 겨울을 나고 계셨던 것이다.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고 기운 없으신 목소리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면서도 연신 할머님은 솜이불을 자원봉사자들과 내 무릎 위로 덮어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정말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차마 할머님의 손길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할머님께 그날 방문한 우리는 한겨울 찾아온 따듯한 손님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 춥고 또 추운 날을 홀로 솜이불을 안고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을 기다리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했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자원봉사자들 역시 땀을 닦으면서도 미소만은 머금은 채 할머니의 손을 잡아드렸다.

어쩌면 2011년 가장 더운 날로 기억될 그날이지만, 투박한 할머니의 손으로 덮어 주신 솜이불의 감촉만은 따뜻함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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