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형(Disabled 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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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형(Disabled Doll)
  • 편집부
  • 승인 2011.01.27 00:00
  • 수정 2013-01-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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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 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임종호 / 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형(仁兄)!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삶 위에서 곡예사처럼 가슴조이며 하루하루 살다보니 이제야 난필을 든다오. 지난 연말 우리 진한 인상 받으며 관람했던 ‘코엑스 세계인형 축제’ 다녀온 잔상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다오. 그 때 우린 그 드넓은 코엑스 1층을 가득 채운, 그토록 많은 인형 가운데 ‘왜 휠체어를 탄 바비 인형은 하나도 없는가?’ 하면서 탄식하였고, 우리가 한번 고민해 보자고 하였지만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장애인형 때문에 실망한 것보다 더 크게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장애인에게 관심을 촉구한 달이 속한 올 4월과 아이들에게 인형이 선물로 많이 오가는 5월을 겨냥하여 다시 한 번 고민해보았고, 지난 연말 약속이 식언이 되지 않기 위해 지인들과 관심사를 나누고 인형 제작업자를 만나고 관련 자료를 뒤져본 심회를 몇 자 적어 보았소!

먼저 어린이집 원장님들과 대화해보니, 몇 년 전 한 유아교육기관에서 만 4~5세 유아의 외국인과 장애인에 대한 의식을 인형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유아들은 외국인의 경우 백인 여자 인형을 가장 많이 갖고 싶어 했으며, 흑인 인형은 더럽다고 집어던지는 태도를 보였고, 몸이 온전하지 않은 장애인형도 병신이라는 이유로 집어던졌다는구먼! 하지만 편견에 차 있던 유아들에게 몇 주간 반(反) 편견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아이들은 놀랍게도 눈물을 흘리며 흑인 인형을 끌어안고 사과를 하고, 장애 인형을 대할 때에도 전 실험과는 사뭇 다른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하네.

역시 우리가 같이 공부할 때 절실히 느꼈듯이 장애인의 인식개선의 결정적 시기는 어릴 때이며, 어린이의 사회성이나 자아개념의 형성은 유아기의 사회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지. 또한 어린이집 원장님들도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의 인지능력이나 감각기능을 키우면서 사회성을 조금씩 성숙시켜 주기엔 인형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들 하며, 그 분들도 장애인형의 필요성을 절실히 공감하고 시판만 된다면 적극적으로 보급해 줄 것을 약속하였다네!

설레는 맘을 갖고 인형 축제 때 받은 홍보물을 뒤져 인형 제작업자를 만나보니, 국내 장애인형에 대한 모델을 비롯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으니 제작의 어려움과 수익성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더군. 미국의 다우니 크리에이션스(Downi Creations Inc.) 등이 제작한 ‘다운증후군 아기 인형’은 장애아동을 상업화한다는 비난도 일었지만, 인형을 제작하는 회사는 ‘속 깊은’ 선의를 갖고 다운증후군 아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으며 또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형제나 친척들에게 알려줌은 물론, 이른바 '‘비장애아동’ 만큼이나 다운증후군 아동들도 귀엽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에게 일깨워 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되는데, 일단 어린이집 원장님들은 보급에 적극적이시니 인형 제작업자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지. 무작정 찾아가 눈물로 호소하기보단 효과성이 검증된 작은 연구물이라도 제시하고 공통분모를 이끌어내려고 한다네. 그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핑계 삼아 우리 조만간 만나서 후속조치를 이어감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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