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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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 편집부
  • 승인 2011.01.27 00:00
  • 수정 2013-01-2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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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석 / 지체장애인편의시설인천지원센터 팀장
▲ 유기석 / 지체장애인편의시설인천지원센터 팀장

 

장애인들의 애환을 달래며 달려온 시간이 어느덧 7년을 넘어 8년째 접어들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7년이란 세월을 회고하면서 실무에서 느낀 점을 말하려 한다.

먼저 나는 장애인 등 모든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이동권과 접근권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불편한 점과 불합리한 시설물 이용에 있어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이동편의에관한법률’에 의거하여 법에 준하는 대상시설에 대해서 적법하게 설치되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적법하게 설치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적법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개선 및 권고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어느 날인가 뜻밖에 민원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내용은 보도 한가운데에 전신주로 인하여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기가 힘들고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무섭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그 당시 나의 기억으로는 보도폭도 법 기준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한 가운데에 전신주가 있었다. 대상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1급 장애인으로 기억된다. 이후 사전조사를 거친 후 조사결과를 토대로 구청으로 공문을 들고 달려가 민원을 제기하였더니 며칠 후 전신주는 어디론가 이동하였고 대상자는 학교를 잘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 사회가 자그마한 관심과 세심한 배려가 있다면 모두가 행복한 도시, 행복한 나라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다. 어떤 사회복지 정책을 펼치기 이전에 사회복지를 제공받을 대상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에 수요를 파악하여 꼭 필요한 법과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 같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수많은 대상자들이 그만큼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우리 인천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는 슬로건처럼 복지수혜자들의 심장이 되어 주길 바란다. 대상자들의 심장을 활발히 뛰게 만들기 위해서는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복지수혜자들에게 복지를 적재적소에 원활히 제공받을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더욱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수혜자들에게까지 복지혜택이 주워지길 더욱 더 기대해 본다.

어느 하루는 민원이 발생되어 문의가 들어왔다. 내용인 즉, 건축허가 당시 아무 제재도 없이 허가를 내어 주었는데, 이제 와서 시정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럴 경우 민원인은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법이 있고 지켜야 할 대상자가 있는데 결국 지키지도 못하는 법을 왜 만들어 혼선을 주는지 한심스러울 때도 있다. 이 사례의 경우 건축물을 짓고 사용승인이 법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는데 사용승인이 났던 사례이다.

법상 5년 마다 대상시설에 대하여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조사 후 이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태료 등 제재조치를 하게 되는데 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휠씬 지났음에도 과태료 부과를 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창과 방패처럼 모순되는 것들이 있어 관계기관에서 조차도 전후사정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가를 내어 줄 때 제대로 확인만 했어도 돈을 들여 다시 시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사례는 이동형 리프트 지원사업으로 가정방문을 하여 사용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가정으로 한 어머니께서 두 아들을 돌보며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 명도 아닌 두 아들이 근이양증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었다. 이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일인가? 이 두 아들은 근이양증으로 근육의 약화를 주 증상으로 진행되어 결국에 신체의 장애를 가져오고,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만성이며, 진행되는 희소질병이라고 했다. 아들 한 명으로도 벅찬 일인데 둘씩이나 되니 이 가정의 모든 생계와 아들을 볼보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로 휠체어를 태워 외출을 하고 싶어도 무섭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보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장벽들과 목숨을 담보로 이용해야 하는 시설물들이 두려워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외출을 삼간다고 한다.

처음부터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의 전환을 통해서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장벽을 제거하고, 더 나아가 차별과 편견이 배제된 모두를 위한 도시환경 건설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장애인들은 지속적으로 도시환경의 무장애 도시 실현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무관심과 배제, 혹은 형식적 참여의 허용이 얼마나 큰 사회적 갈등과 자원의 낭비, 그리고 장애인들의 희생을 낳았는지는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많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사용하지 못 하거나 방치되고 있고, 심지어 장애인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정한 무장애도시의 실현은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수용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장애도시는 장애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모든 물리적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고 차별과 편견이 제거된 환경에서 모든 사람이 함께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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