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우리는 정말 그들을 이해하는가?_『이상한 녀석 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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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개]우리는 정말 그들을 이해하는가?_『이상한 녀석 테드』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4.23 16:57
  • 수정 2024-04-2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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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순간, 가슴이 무거워졌다. 커다란 바위 하나가 가슴에 턱 얹히듯이. 그래픽노블인 이 책의 마지막 컷은 하현달인 뜬, 높은 폭포가 흐르는 벼랑 아래 종이처럼 구겨져 있는 ‘테드’의 모습이다. 달은 노란색으로, 계곡은 초록과 연두로 가득하다. 그 화려한 색을 무대로 생명의 온기를 잃은 주인공을 배치해 놓은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상한 녀석 테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대응한다. 우영우가 자페스펙트럼 장애를 지녔으나 사회에 잘 적응한 성공한, 꿈(은 이루어질까?)의 모델이라면, 테드는 같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살다, 끝내 자신의 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우리 시대의 많은,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자폐 스펙트럼 가운데 ‘전반적 발달 장애’를 지닌 아스퍼거 환자 테드의 삶을 다룬다.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 많이 담긴 이 작품은 작가의 실제 남동생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프랑스어로 ‘전반적 발달 장애(Trouble Envahissant du Développement)’를 일컫는 단어인 ‘테드’를 주인공 이름으로 차용했다.

테드는 동네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긴 팔다리를 지닌 발랄하고 명랑한 성격의 테드는 단순한 일들을 기계처럼 잘 해내고, 비상한 머리로 도서관 분류 카드 번호를 다 외울 정도이다. 하지만 아스퍼거 환자의 대부분은 정해 놓은 질서정연한 틀에서 벗어날 때 당황하게 되고 기이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그런데, 어느날! 테드가 늘 타던 지하철 4호선이 고장난다. 더불어 테드의 일상도 망가지기 시작한다. 지하철을 탈 수 없게 된 테드는 당황을 하고 헤맨다. 이 과정에서 만난, 유일하게 친구처럼 지내게 된 할머니 마리암이 눈앞에서 사고를 당하자 (감히, 혹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살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그동안 지내오던 평범한 루틴이 깨지자, 테드는 점점 더 이상행동을 많이 하게 되고 몸을 자학하기에 이른다. 급기야 가족은 테드를 병원에 입원시키게 되는데….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우리는 늘 옳은 선택을 하는지, 우리는 진정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수작이다.

우울한 내용과 달리 톡톡 튀는 원색 사용과 다소 혼란스러운 그림체와 배치는 어쩌면 테드의 의식세계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 때로는 우영우처럼, 때로는(아니 대부분) 테드처럼 살아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을 우리는 진정 이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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