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을 살리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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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을 살리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
  • 편집부
  • 승인 2010.08.06 00:00
  • 수정 2013-01-3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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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희 / 인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팀 사회복지사
▲ 임성희 / 인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팀 사회복지사

갑자기 글을 쓰려고 보니 내 이름 석 자 앞에 사회복지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도 3년째가 되어간다. 지금 우리 복지관에는 7명의 예비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현장실습 중에 있다. 실습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난 지금 어떤 친구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얼마나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지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제출하는 실습일지를 보고 있으면 오탈자가 왜 이렇게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빨간 펜으로 쫙쫙 그어가며 체크해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이해심 많은 사회복지사로 둔갑, “다음에는 조금 더 신경써서 작성하세요.”라고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센스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 까칠하고 무서운 사회복지사라고 소문이 날까봐서(흔히들 A형이 극 소심한 사람들이라 일컫지만 사실 B형이 더 심하다).

7명의 대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실습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벌써 5년이 넘은 일이다. 작은 방 책꽂이 깊숙이 꽂혀 있는 실습보고서를 꺼내 펼쳐보았다. 하나하나 읽다보니 절래 웃음이 난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변함없는 실습생으로서의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다들 알지 못한 것들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깨닫게 되면서 훗날 정말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강점을 이끌어내서 그것을 개발해주는 것,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역할임을 알게 되었다.’ 2005년 8월 3일, 내가 실습일지에 적어놓은 내용 중 일부이다.

사회복지사가 된 지금의 나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걸까? 한 번의 실습으로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 내가 정말 원하던 현장에 나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사회복지사로서의 처우개선에만 열 올릴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강점.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 강점을 개발해주는 것.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오늘은 내가 만난 한 아저씨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가족과도 헤어지고 혼자 지내시는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어떻게든 그 원수 같은 술을 끊어보겠다며 병원에 입원해보기도 하고 약도 먹어보고 산에도 들어갔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게 되었다고.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았지만 아저씨의 술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가끔 만나게 된 그 아저씨와 마주앉아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도움을 드려야할지 늘 고민이었다.

어느 주말, 아저씨 동네 근처에 사시는 할아버님의 전화를 받았다. 언어장애가 심하신 할아버님은 전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힘겹게 내가 알아들은 바로는 집에 전등이 나가서 갈아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해 전등도 사러 나가지 못하신다며 전등 좀 교체해 줄 수 있겠냐는 다급한 내용의 전화였다. 한참 제주도여행에 빠져 있던 터라 당장 찾아가 볼 수 없는 상황, 마침 아저씨가 떠올랐고 이 일을 부탁드렸다. 기꺼이 도와주시겠다며 할아버님 댁을 방문하여 전등을 교체해주셨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전등을 교체해야 한다거나 방에 못을 박아야 한다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아저씨의 손을 빌리곤 한다.

그 아저씨를 볼 때면 이런 것이 바로 강점사회사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가 잘 하시는 것을 찾아내고 이를 살려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잘하는 일도 있고 못하는 일도 있다. 드러나는 점도 있고 모난 점도 있다. 그렇기에 부족한 모습을 함부로 문제화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그저 다름을 인정하는 것, 모난 부분, 부족한 부분까지도 품어주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복지사가 가져야 하는 내공인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모습들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잘 살폈다가 그 속에서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잘 봐두고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선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이며 남은 2주의 시간동안 7명의 예비사회복지사들에게 반복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좋은 공동체란 모두 같은 것이 아니고 서로 다른 사람이 조화를 이룰 줄 아는 것입니다. 세상에 없어도 좋을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성격이 온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있어야 공동체는 지속성을 가질 수 있으나 그런 사람만 있으면 정체상태에 면할 수 있습니다. 성질이 조금 급한 사람도 있어야 그 공동체는 역동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소 성급해 보이는 사람들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갖기 보다는 그 사람의 장점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다소 느려 보이고 게을러 보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게으름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이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해가고 있는지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어느 누구하나 불필요한 사람은 없습니다.”<김기석 목사 설교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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