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교원 학교 내 차별 심각…13년 경력에도 담임 맡지 못하는 경우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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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교원 학교 내 차별 심각…13년 경력에도 담임 맡지 못하는 경우 허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2.10.06 09:45
  • 수정 2022-10-0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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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컨트롤타워 부재…전담부서와 지원 늘어나야
‘장애인 교원 업무환경 개선 및 권리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개최

장애교원에 대한 학교 내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년이 넘는 기간을 교직에 몸담았음에도 담임을 맡기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교사들이 장애교원때문에 희생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지난 9월 27일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와 강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이 공동으로 ‘장애인 교원 업무환경 개선 및 권리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좌장으로 해 장애인교원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인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와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의 발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장애인교원 정책 전문가 윤상용 교수와 그간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한 청각장애교사를 대표해 최별 교사, 장애인교원 심층 취재로 기자상을 수상한 EBS 금창호 기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토론자로 나섰다.

장교조를 대표해 김헌용 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장애인교원의 각종 고충 사례와 그 원인이 되는 차별 상황을 제시했다. 장애인교원이 학교에서 겪는 주요 고충 유형을 직접적 차별로 인한 고충, 정당한 편의 미지원으로 인한 고충, 교육행정기관의 소극 행정으로 인한 고충으로 나누고, 세부 항목으로 관리자, 동료, 학생에 의한 장애인 차별, 괴롭힘, 학교 내 업무분장 및 인사 평가에서의 차별, 교육청 인사관리에서의 차별, 각종 협의회 및 연수에서의 의사소통 편의 미지원, 복무, 수업 시수 등의 정당한 편의 미지원, 출퇴근 이동 미지원, 지원인력 강제 전환 및 인력 외주화, 학교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접근성 보완 미비, 학교 내 장애물 없는 환경 조성 미비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교원은 학생, 동료교사, 학부모, 지원인력 등 여러 교육 주체로부터의 차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며, 그 사례를 몇 가지 제시했다. 장애교사가 업무분장과 관련해 부장교사로부터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른 선생님들의 희생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라.”는 등의 모욕적 언사를 들었다거나, 지원실무사로부터 지원 요구하는 내용을 지속·반복적으로 거절당해 근무 1년 후부터는 더 이상 지원을 요구하지 않게 됐으며 2022년에는 이견 조율 과정에서 갑질 신고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최근 발생한 강원도 한 청각장애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장애 비하와 모욕적 언사, 교권침해를 당했음에도 해당 사안이 장애인 차별이 아닌 단순 교권 침해로만 다뤄져 해당 교사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발생한 바 있음도 지적했다. 자유학년제인 중학교 1학년 수업만 맡긴다거나, 경력 13년이 지났음에도 담임 한 번 맡지 못한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교원에 대한 차별은 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수년간 강의 배정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으며, 학과장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과장으로부터 장애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거나, 비장애 교수와 비교하며 장애인교수가 장애 극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등 태도를 문제삼으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학과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료 교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등 악질적 괴롭힘을 일삼기도 했다.

장교조가 제시한 통계 자료는 눈여겨볼 만하다. 2021년 1월~2월, 전국 유·초·중등학교의 장애인교원을 대상으로 ‘장애인교사의 업무분장 실태 및 인식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한 143명의 장애인교원의 평균 교직 경력은 7.4년이었으며 평균 담임경력은 2.7년, 평균 보직경력은 0.6년으로 나타났다. 이를 장애 정도로 나누어 보면 응답한 경증 장애인교사의 평균 교직 경력은 5.9년이었으며 평균 담임경력은 3.9년, 평균 보직 경력은 0.7년이었다. 또한, 응답한 중증 장애인교사의 평균 교직 경력은 7.8년이었으며 평균 담임경력은 2.4년, 평균 보직 경력은 0.6년이었다. 이처럼 장애인교원에게는 학교 내에서 교사답게 일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위와 같은 업무 배정 및 수업 배정이 장애인교원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면 문제가 없지만, 장애인교원의 의사와 상관 없이 업무에서 배제된 경우라면 장애인 차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와 같은 고충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속히 마련돼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는 장애인교원의 실태 및 지원 방안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종합적인 컨트롤타워가 부재함을 지적하고, 지원할 전담 부서와 지원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상용 충북대 교수는 장애인교원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장애교원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권리를 보장하려면 부처간, 부서간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청각장애교사를 대표해  토론에 나선 최별(인천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는 위대한 인류적 성과를 남긴 위인들을 언급하며, 이들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지원없이 교단에 선다면 교육의 성패는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청각장애교사 비하 사건은 여태껏 장애인 교원을 위한 지원을 외면한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의 행태로 빚어진 비극적인 교육현장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최 교사는 청각장애교사에 대한 의사소통 지원 방안으로는 장애교원통역지원센터 운영, 일반 임기제 공무원을 통한 지원을 제안하였다.
EBS 금창호 교사는 취재 과정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을 토론에 녹여냈다. 금 기자는 장애인교원 지원의 출발은 장애교원 업무환경 개선, 전문담당기구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전문 담당 기구 부재와 장애인교원 실태 파악 미흡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법 개정 사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교조 김헌용 위원장은 여러 다양한 차별 사례와 시스템의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차별들을 하나씩 걷어낼 때라고 강조하며, 몇몇의 선의로만 달성할 수 없는 일이다, 조직 문화와 시스템이 인권 친화적으로 바뀌어야만 가능한 일이고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이번 토론회가 인권 친화적 학교를 만드는 데 한 걸음 내딛는 기회가 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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