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 술은 새 자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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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 술은 새 자루에
  • 편집부
  • 승인 200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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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칼럼

 2009년 새해를 맞았다. 새해 벽두에는 누구나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한해를 설계하게 된다. 새 마음 새 몸가짐으로 희망찬 새해를 맞고자 하는 소망은 인지상정이다. 지난해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후회스럽거나 실패의 기억을 떨쳐버리고픈 보상본능일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추구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변화, 자신부터 새로워져야 가능하다. 자신이 변하지 않고 새로워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주위의 변화와 새로움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자신 개개인은 사회의 구성원이요 또한 확장된 자아의 집합체가 사회이기 때문이다.


  변화와 새로움의 단초가 나 자신이라면, 그 변화와 새로움을 사회화하는 맨 처음의 출발점도 또한 바로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먼저 새로운 자루 속에 담겨져야 하고, 또 자신 자체가 그 새로움을 담아낼 새로운 자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 술을 새 자루에 담는 이유는 단지 기분이나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술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기축년 새해는 우리에게 새로운 자루로 다가왔다. 그런데 정작 그 새 자루에 담을 새 술이 우리에게 갖추어져 있는지는 자못 의문이다. 오늘 장애계에 새 술은 과연 무엇인가?


 그동안 장애계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미약하나마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변화를 이끌어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가까스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생각의 변화가 없다면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곧 우리 장애계 개개인의 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 우리 자신 스스로가 아집과 편견 속에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장애계 상호간 불신과 무관심과 장막속에 안주하지는 않았는지. 변화를 거부하고 두려워하지는 않았는지. 깊은 성찰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때다.


 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새 자루인 신임회장 체제로 새 출발을 했다. 그런 만큼 신임회장 체제는 이 새 자루를 새 술로 채워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박빙의 승부 끝에 당선된 만큼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의 봉합에 힘써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다. 그간의 무소신과 무기력한 현실안주에서 벗어나 장애계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연대를 강화해 명실상부한 연합체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적기에 목소리를 내 장애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안을 제시해 정부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활동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장애인장기요양제도 도입과 장애인연급법 제정과 같은 장애계의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아울러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개개인이 선도적 입장에서 새 자루에 새로운 의식과 행동을 담아내 주변과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목소리를 낼 때 장애계가 바라는 인권개선과 복지사회 구현은 가능하다. 장애계 스스로가 미래사회의 장애인복지모델을 끌어내도록 의식전환이 필요할 때다.


 자루가 새 것이라고 해서 새 술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듯이 새해가 우리에게 저절로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먼저 우리의 의식이 새 술처럼 새 의식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새로운 의식과 새로운 행동을 이 새해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새해도 모두 헛것이 되고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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