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과 성폭력
상태바
여성장애인과 성폭력
  • 편집부
  • 승인 2008.11.24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연표 /여성긴급전화1333 소장

우리사회에서 여성장애인은 늘 강자에 의해 배제당하고 소외당하며, 신체적 폭력과 언어 및 정서적 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이러한 폭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동료, 지역사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사법부에서 까지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문화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여성장애인에게 거대한 벽이다. 우리사회에서 극단적인 소외계층으로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장애인은 성폭력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 특히 사회에 팽배해 있는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편견의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적장애 여성장애인은 그 피해의 양상이 한층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성폭력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가장 추악한 범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장애인의 성폭력은 피해사건이 있을 때마다 일시적인 관심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5년 사이 3.4배 증가하였으며,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중에서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지적장애 여성장애인이다. 외국의 한 자료에 의하면 비장애인에 비해 지적장애 여성장애인의 성폭행 비율이 4배나 높다고 한다. 이는 지적장애 여성장애인의 생활환경과 특성이 그 발생 원인이자 피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피해자의 정신 상태와 사건 후의 태도를 종합해 보면 정신상 장애가 있기는 하나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였다. 도대체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당시 상황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판결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판결은 여성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태도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모두가 사실상 항거불능 상태인데도 법에서는 정상인처럼 성폭력에 항거를 해야만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기관에 의뢰된 여성장애인(17세/지체장애3급, 경계성장애)을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겉핥기식 조사로 화간(和姦)으로 치부, 기소할 수 없다 하여 다른 경찰에게 재조사를 의뢰하여 현재 조사 중이다. 이를 보더라도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장애인에게 편견과 왜곡의 눈으로 오히려 그녀를 가해자로 치부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중차별을 받는 여성장애인은 수도 없이 엄청난 폭력 앞에 벌거벗겨지고 있다.


 이와 같이 법적 혹은 사회적 인식에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 피해사건에 대한 예방과 사후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할 수 있다. 장애인의 경우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이를 쉽게 따르다보니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고, 가해자들 또한 이들이 잘 따르기 때문에 성관계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성폭력이 기본적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이 장애와 여성, 성폭력의 인권을 구분하여 생각하고 있는 사이 세상에서는 상상 조차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낮은 지적장애 여성장애인에게 지속적, 야만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정부와 관계당국 그리고 각계각층은 여성과 장애인으로서 차별과 폭력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는 여성장애인의 폭력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깊이 인식하고 근절과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