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신보건법」, 무엇이 문제인가?
상태바
개정 「정신보건법」, 무엇이 문제인가?
  • 편집부
  • 승인 2017.06.09 09:42
  • 수정 2017-06-09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삼호 /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 윤삼호 /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정신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어 5월 30일 시행됐다. 법명부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그런데 시행 전부터 개정 법률은 의료계는 물론이고 정신장애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개정 법률은 정신장애인 또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 복지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해당사자들이 극구 반대한다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쟁점이 되는 법 조항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정신질환자의 범위가 ‘정신병, 인격장애, 알코올 및 약물중독,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에서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이 있는 자로 크게 축소되었다.(법 제3조) 정신병원 입원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알코올 의존자가 정신질환자 범위에서 제외된 건, 병원 입장에서는 타격일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반길 일이다. 이제 술 문제 때문에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될 일은 없다.
 또 정신장애인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보호의무자의 순위가 바뀌었다.(법 제39~40조) 부양의무자 1순위, 성년후견인 2순위에서 성년후견인 1순위, 부양의무자 2순위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후견인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재산문제나 돌봄문제 때문에 가족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폐해를 막아보자는 의도다. 특별히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지만, 성년후견인을 선정한 정신장애인이 극소수여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개정 법률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규정을 마련하였다.(법 제33~38조) 고용 지원, 평생교육 지원, 문화ㆍ예술ㆍ여가 지원, 지역사회 통합 지원 같은 조항이 신설되었다. 선언적인 조항들인 데도 입법 과정에서 서비스 항목이 대폭 축소되고 예산 규정도 삭제되었다. 전형적인 액세서리 조항들이다. 당사자들은 차라리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여 정신장애인도 이 법에 따른 서비스를 받게 하라고 주장한다. 「장애인복지법」은 정신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법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입원 종류에 관한 조항들이다.(법 제41~50조) 개정법은 입원 종류를 기존의 ‘자의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강제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에서 ‘동의입원’을 추가하였다. ‘동의입원’은 보호자의 동의로 입원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원이 가능하나 전문의가 72시간까지 퇴원을 제한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런 것은 새로운 강제입원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의료계는 ‘강제입원’의 전제 조건으로 소속이 다른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하고, 그 중 1명은 공공 정신의료기관 소속이어야 한다는 조항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제 입원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몇 안 되는 공공 의료기관 소속 의사의 소견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당사자들은 강제입원 자체가 국제 사회 기준에 맞지 않다며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하라고 요구한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인권 현실은 최악이다. 정신병원 강제입원 비율이 70%나 되고, 평균 입원 일수가 230일이 넘는다. 적어도 OECD에서는 이런 나라가 없다. 그래서 2014년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정신보건법」을 개정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개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 같은 압력에 한국 정부가 법률은 개정하였는데,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개악된 것인지 개선된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도 어렵다. 보건복지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