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숨찰 땐 ‘폐동맥고혈압’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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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숨찰 땐 ‘폐동맥고혈압’ 의심을
  • 편집부
  • 승인 2017.02.10 09:48
  • 수정 2017-02-1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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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교수/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 정욱진 교수/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숨이 차서 병원에 갔는데, ‘빈혈은 아니고 심장과 폐는 기능이 정상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때 꼭 의심해 봐야 하는 병이 ‘폐동맥고혈압’이다. 특히 다운증후군 같은 발달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은 10명중에 3명까지 선천성심장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폐동맥고혈압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서 꼭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하다. 
 최근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20년 전만해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진단이 되면 평균 2.6년밖에 살지 못하다가, 최근 질병의 표적물질들에 대한 전문치료제들이 나와서 평균 7.6년 이상으로 3배 정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폐고혈압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하는 두 큰 고리의 하나인 폐순환계의 압력이 높아지는 병이다. 전신순환계의 압력이 높아지는 고혈압이 주요 장기 등에 합병증을 유발해서 사망에 이르는 데 비해, 폐고혈압은 피를 폐순환계에 보내는 우심실의 기능장애를 유발해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이 폐고혈압 환자의 3%를 차지하는 폐동맥고혈압은 희귀질환인데, 의료보험 자료와 유병률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도 약 2,000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영국에서처럼 정부차원에서 ‘폐고혈압선도센터’를 지원하여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약 4,000여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저자 등이 보고한 우리나라 등록사업(KORPAH)의 결과를 보면 이 병이 걸리는 환자는 평균연령 48세이고 여성이 80%를 차지하는 병이다. 40대 중후반의 중년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수 없다.
 아직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의 엄마, 중년 가장의 아내, 그리고, 연로한 시부모와 친정 부모의 며느리와 딸의 역할을 해야 하고, 직업이 있을 때는 조직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나이이다. 보통 이런 40대 중후반의 여성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면 갱년기 증상이라고 지나가기 쉽다. 
 미국 등록사업의 결과를 보면, 처음 숨이 차서 의사에게 갈 때까지 2개월, 폐고혈압의 가능성을 들을 때까지 6개월, 폐동맥고혈압 전문 클리닉에서 우심도자 검사로 확진할 때까지 14개월이 소요된다. 
 당연히 빨리 진단하면 더 생존율을 올린다는 KORPAH의 결과도 있다.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10년 이상으로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임상적 의심에서 확진까지의 시간을 줄여야 생존율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폐동맥고혈압 같은 희귀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와 보험당국 등 정부의 관심이다.
 지난 10년간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중 하나는 아직도 우리나라에만 도입되지도 못하고 있는 중요한 표적치료제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질환의 마지막 4기의 1순위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 정맥주사제가 그 실례인데, 이웃 일본에서는 마지막 단계의 환자들을 수없이 구하고 있는 약인데, 제약회사들과 의료보험 당국의 무관심 속에 우리나라에만 20년째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또, 선결해야 할 과제들은 보다 적극적 치료를 위한 표적치료제들의 1차 병용투여 허용이고, 끝으로 전문센터의 지정을 통한 조기 확진 및 치료체제 확립이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맞는 신속하고 적절한 보험 및 행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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