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멈추지 않는 삶을 이뤄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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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멈추지 않는 삶을 이뤄낼 시간
  • 편집부
  • 승인 2016.05.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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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이사

 4월, 꽃들이 만발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이 아름다운 계절에 무언가 답답함이 가득한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에는 많은 이들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양, 지원하는 양, 여러 가지 행사와 방문, 시상을 이어간다. 그것이 동정어린 시선이 아닌 관심이길 바라본다.

 대한민국은 만 19세가 되면 성인이다.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모든 의사결정이 인정되는 독립체다. 내 아이도 성인이다. 하지만 영원히 독립할 수 없는 성인이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이 중요한 시기에 장애인들의 부모는 끝없는 허무함과 좌절과 우울의 시간과 다시금 만나게 된다.
 나 또한 아이를 공교육에서 졸업시키고 난 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즈음 장애부모들의 삶 아니, 내 삶을 돌아보며 정리해 보고 싶다. 
 나는 장애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20여년을 살아왔다. 장애 진단을 받을 땐 열심히 치료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아이가 성장할 땐 이런저런 아이의 변화로 아이와 분리되지 못한 채 한 몸이 되어 20여년을 살았다. 
 아이를 낳았을 때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출산 후 인천에 2개밖에 없었던 장애인복지관에 대기 신청을 하고, 의료기관과 사설기관을 돌아다니며 치료수업을 받았다.
 내가 어찌해야 하는지 당시에는 누구도 알려주질 않았고 인터넷도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도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건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었다. 장애전담어린이집도 없었고 내 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 유치원도 없었다. 수많은 어린이집에 상담을 다니며 거절당하기가 일쑤였다.
 오전엔 조기 특수교육실을 다니며 오후엔 치료하러 다니며 영유아기를 보내고 일 년 유예 후 초등학교에 입학해 전전긍긍하며 다니던 때 장애아 부모들은 인천시 특수교육의 문제점과 개선을 요구하는 시교육청 점거 농성을 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는 시교육청을 집으로 삼고 살았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
 정말 평범한 여자였다. 한 가정의 주부였다. 내가 왜 길거리에서 울부짖으며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교육감실 바닥에 몸을 누이며 살아야만 했을까?
 그 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나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못한 자식을 둔 엄마이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이다. 못할 것이 없다. 두려울 것도 없다. 교육청 투쟁 이후 교육현장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일이 나열하진 않겠다.
 100% 만족하진 않지만 조금씩 변하는 공교육에서 복지관도 하나둘 늘어나고 사설이 아닌 복지관의 수업을 받으며 나름 안정된 삶을 산다고 느낄 때 졸업이란다. 공교육이 끝났단다.
 고3 겨울방학을 정말 미친 듯이 여기저기 알아보며 평가하러 다녔다. 공교육의 연장선인 전공과의 문턱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전공과를 떨어지고 인천의 장애인복지관 4곳과 보호작업장 테스트를 뭐에 홀린 듯 다녔지만 어느 한 곳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다니던 복지관에서 내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고 받아주어서 현재는 다니고 있다.
 기관이나 내 아이가 다닐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온전히 엄마가 여기저기 수소문해가며 그 정보를 공유하며 엄마들끼리 똘똘 뭉쳐서. 졸업을 하고 나니 또 원점이다. 
그때 밝은 빛을 보았다. 발달장애인법. 올해는 발달장애인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발달장애인법이 작년 11월 시행되면서 올해 안에 지자체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발달장애인법 안에는 의사소통지원, 범죄예방, 성년후견제, 행동발달증진센터, 가족지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지원은 나에게 밝은 빛으로 다가왔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아이의 능력에 맞는 직업훈련, 취업, 생활, 보호, 평가를 지원해 주길 바란다. 
 지체장애인 중심의 장애인정책에 소수의 발달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법을 근거로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보다 나은 삶이 펼쳐지리라 기대해본다.
 나에게는 딸이 한 명 더 있다. “엄마는 언니의 엄마지 내 엄마는 아니잖아 맨날 언니가 먼저구….” 얼마 전 작은 딸이 나한테 한 말이다. 기분 안 좋을 때 한 소리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진실의 소리일 것이다. 반성한다. 그리고 노력할 것이다. 작은딸의 엄마가 되도록…. 그러나 나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작다. 이 나라가 도와주어야 한다.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새싹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가정이 되도록. 그리고 지켜볼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엄마를 빼앗지 않고, 순한 엄마들을 거리로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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