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FA 준비는 잘 돼 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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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FA 준비는 잘 돼 갑니까?
  • 편집부
  • 승인 2016.04.25 10:14
  • 수정 2016-04-2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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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한빛맹학교 수학교사
▲ 안승준/한빛맹학교 수학교사
 프로야구에는 FA라는 제도가 있다. 일정기간 동안 어느 정도 이상의 출전경기 수를 넘기면 선수는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팀과 새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선수가 원한다면 다른 팀으로 자유롭게 옮겨갈 수도 있고 몇몇은 더 큰 무대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기도 한다.
 연일 쏟아지는 스토브리그 기사들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모습도 그들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야구선수들이 처음 프로에 지명 받을 때 그러하듯 우리는 선택의 과정 없이 어느 가정에 속하면서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한 해 한 해 성장하면서 조금씩 역할이 정해지고 위치도 부여받게 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나의 의사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정해준 대로 따르면서 살아가게 된다. 훈련비를 지원받고 용품을 제공받는 선수들처럼 대부분 우리도 어른들의 따뜻한 보호 아래 살아가지만 구단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선수들처럼 우리도 별다른 고민 없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과 관념에 따라 움직여 왔다.
 국가의 고른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의무교육과정 속에서 이름 모를 교육학자들이 정해준 과목들을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똑같은 시간만큼 배우면서 똑같은 시험을 향해 달려간다.  1등이 좋다는 것도, 어느 대학, 어떤 직장, 이런저런 직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것도 사회가 정해준 틀에 박힌 목표였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유전자가 갑자기 변한 것도 아닌데 언젠가부터 타자들도 투수들도 왼손으로 던지고 치려고 했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어떤 이의 꿈을 닮는 것이 목표가 되곤 했다.  골프채를 밤새 휘둘러도 박세리가 될 수 없고 스케이트를 잘 때까지 신어도 김연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모른 채 꿈도 목표도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빵처럼 획일화되는 동안 우리는 사는 의미도 존재의 가치도 잊어왔다.
 정해진 등수 안에, 몇 점 이상의 점수 속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학원 갈 시간에 다른 것을 한 것도 알고 보면 혼날 일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욕구와 적성을 무의식중에 알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동물원의 동물들을 한 우리에 가두고 같은 먹이를 주려고 한다면 살아남을 동물은 미리 정해져 있을 것이다. 모두 다른 우리에겐 각자의 모습대로 즐겁게 살 권리가 있다. 그것의 근원은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FA권리를 행사한 선수 중에는 100억에 가까운 돈을 좇은 선수도 있고 출전기회나 자신에게 맞는 지도자를 찾아간 선수도 있다. 10여년 가까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제 진정 자신의 야구를 즐기려는 그들의 어떤 선택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난 요즘이 나의 삶의 FA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정할 수도 있다. 누구를 마냥 좇을 것인지 즐기면서 살 것인지도 내가 정할 수 있다.
 이젠 진정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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