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1급 장애인과 체결한 계약은 무효…승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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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1급 장애인과 체결한 계약은 무효…승소 확정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10.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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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의사무능력 상태서 한 계약의 의미 몰랐을 것”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23단독, 재판장 김제욱)은 지적1급 장애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국내 통신 대기업 SK텔레콤과 체결한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에 의하면, 피해자 이○○(여, 22세, 지적1급 장애인)씨는 2013년 12월 경 가출해 영등포역 근처에서 생활해왔다. 이듬해 1월 영등포역에서 노숙하던 가해자(성명불상)들이 이 씨를 데리고 다니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각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 이 씨로 하여금 계약서에 주소와 이름 등을 쓰게 해 휴대폰단말기를 구입하고 SK텔레콤 등과 이동통신이용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뒤, 이 씨와 심층상담을 진행하는 등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통신사 대리점 판매직원들도 가해자들의 말만 듣고 당시 최고가 휴대폰인 갤럭시노트3를 확인절차 없이 판매하고, 이 씨가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이동통신사가 지원하는 보조금 없이 출고가 전액을 받고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통신사는 무제한 요금제 등 고액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지적장애인인 이 씨는 전혀 지급받지 못한 것이다.

SK텔레콤 측 대리인은 이 씨가 성인이고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했으므로 계약의 유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계약 체결 당시 지능지수 35미만인 지적1급 장애인이며, 가출로 인해 보호자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점, 여러 개의 이동통신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단기간에 이용계약을 체결한 점을 비추어 보면, 이 씨는 이 사건 계약 당시 계약의 법률적인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이씨는 SK텔레콤에 대한 이용요금 135만원의 지급의무를 면했으며, 앞서 확정된 다른 피고들(타 통신사)에 대한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면제된 채무액을 합하면 총 410만원 가량이다.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피해사례를 접수받아 무료로 소송을 대리한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이 사건과 유사한 피해사례가 다수 접수되어 처리 중”이라며 “지적장애인에게 접근하여 휴대폰을 구입하게하고, 이를 빌려달라고 하여 중고로 팔아넘기는 사기범죄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주의할 점은 지적장애가 있다고 하여 의사능력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적장애인이 체결한 계약을 무조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는 서울특별시가 서울특별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한 기관으로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권리옹호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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