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휠체어를 타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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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휠체어를 타게 될지도?
  • 편집부
  • 승인 2015.10.12 09:51
  • 수정 2015-10-2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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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 /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 안승준 /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가정에서는 말하는 밥솥과 드럼 세탁기를 이용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음성인식과 화면읽기 기능이 들어있고 알람이나 신호음 대신 진동이 울리는 것은 손목시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너무도 익숙해져서 편리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이런 제품과 기능들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발생학적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보편적 설계’라고 불리는 이런 디자인은 불편한 사람들만을 배려하는 자세가 아니라 모두가 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어느 상황, 어느 곳에서든지 가장 힘든 사람을 배려할 때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죽을 끓이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면 모두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떠도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사진을 접했다. 사진 속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서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고 맨 뒤쪽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엄청난 악플로 인해 사진을 보지 않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었지만 난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엘리베이터는 더 이상 장애인용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보편적인 편의시설이 되었다. 휠체어를 탄 분은 계단을 이용할 수 없어서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양보를 하였다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 되긴 하였겠지만 앞서 줄을 서계신 분들도 나름의 사정으로 당장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포기하고 기다려야만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택한 것이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보편적 시설이라고 각인된 엘리베이터 앞에서 응급환자가 아닌 이상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앞으로 보내줄 의무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장애인 당사자인 그분도 그것으로 인해 사회의 냉정함과 낮은 시민의식을 탓하거나 심각한 상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맛있다고 소문난 죽전문집이나 공공화장실에서 만성소화불량 환자나 볼일이 더 급한 사람을 앞으로 보내주지 않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한 양보가 있다면 도덕적으로 참 보기 좋긴 하겠지만 그건 개인의 아량의 폭과 관련된 것이지 그 이상 단죄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조금 더 발칙한 상상까지 해보게 되었다. 아직은 우리에게 다리가 불편한 사람만 타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전동휠체어도 언젠가는 모두가 한 대씩 타고 다니는 1인 1휠체어 시대가 오지는 않을까?
 아직은 휠체어의 디자인도 투박하고 도시의 설계도 바퀴가 다니기엔 불편한 곳이 많지만 휠체어의 디자인도 트렌디하게 나오고 어디에서나 탈 수 있게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편의용품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엘리베이터 앞에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지 구별 없이 당연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고 누구를 탓하고 비판하는 대신 휠체어가 편히 다닐 수 있는 시설과 도로들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지금의 엘리베이터를 보듯 휠체어가 다리 불편한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었다는 사실마저 신기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가 되면 나와 늘 함께하는 지팡이도 패션 아이템이나 스마트장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지팡이는 각자의 패션아이템이기도 하고 평소에는 짧게 접어서 각종 스마트한 기능을 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화기능이나 음악재생 기능은 물론이고 나만이 알 수 있게 약속하고 저장해 놓은 제스처대로 멋지게 휘두르면 문을 열리게 하는 기능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 휘두르면 멀리 있던 차가 달려오게 하는 마법지팡이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예쁜 디자인과 첨단 내비게이션까지 달려있는 이 미래지팡이를 더 이상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용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이상적 보편적 설계는 어느 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팡이를 휘둘러서 개인용 자동차인 휠체어를 부르고 급하면 최신 지팡이를 타고 날아가는 상상. 오늘 이 엉뚱한 생각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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