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에 복지카드도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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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에 복지카드도 넣어주세요
  • 편집부
  • 승인 2015.07.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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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 /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마련된 복지제도들이 많다. 국립공원 같은 시설의 입장료가 면제되기도 하고 공연이나 교통편의 티켓을 할인해 주기도 한다. 전기사용료, 수도사용료, 가스사용료 같은 공과금들이 할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요금처럼 민간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요금들도 여러 형태로 할인을 해주고 있다.
 장애로 겪게 되는 불편함이나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물질적, 심리적 노력을 계산하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 받아도 되나 할 정도의 감사한 제도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제도들의 혜택을 받는 절차들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먼저 지정된 병원의 장애관련 진단서를 받고 관할 주민센터에 복지카드를 신청해야 한다.
 복지카드에는 장애의 종류와 장애정도에 따른 급수가 표기된다. 국가에서 발급해주는 이 카드가 생기면 국립공원 입장료 면제나 공연 할인 정도의 혜택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공과금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일일이 카드를 복사하거나 스캔해서 제출을 해야 한다. 통신료 할인 같은 것은 민간기업에서 해주는 것이니 이해가 되는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에 때마다 장애인 관련 서류를 내야 하는 것은 사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다양한 개인정보들은 공유하면서 장애라는 것은 왜인지는 몰라도 서로서로 비밀로 지켜주는 것 같다. 
 그래도 그것들은 하나의 복지카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지하철 요금을 면제 받으려면 다시 장애인 교통카드를 발급 받아야 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이나 LPG가스 세금 혜택을 보려면 그에 맞는 카드들을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활동보조나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각각의 카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 다른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심지어 수학능력시험 같은 국가시험을 볼 때는 복지카드가 아예 인정되지도 않는다. 새로 진단을 받고 평가된 장애인 증명서를 제출하여야만 장애와 관련된 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장애는 질병과 달라서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의미인데 왜 때마다 다시 증명을 해보여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애가 있더라도 정보가 없거나 재차 증명하지 않으면 아무런 복지제도를 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복지카드에는 주민번호와 사진도 들어있는데 신분증으로 인정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국가에서 발급해준 카드인데 국가기관에서조차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신분증 따로, 복지카드 따로, 또 다른 목적의 카드 따로 주렁주렁 몇 장의 카드들을 가지고 다녀야만 한다. 장애인 등록절차나 카드발급 과정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그 부분을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얼마 전에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지원 받기 위해서 또 한 번 장애를 증명하는 설문조사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장애를 판정 받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감사하게 주어지는 혜택을 좀 덜 번거롭고 좀 더 기분 좋게 받을 수는 없을까?
 얼마 후면 십여 년 만에 주민등록증이 전면 재발급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시기에 맞춰서 주민등록증에 장애관련 정보들을 모두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여러 가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바코드들도 발달하고 전자카드들도 나온다고 하는데 하나의 카드로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나의 불편함을 증명해주는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카드들이 이번에는 하나로 합쳐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괜찮으니 국가기관들만이라도 장애 관련 정보를 서로서로 교류해서 매번 장애를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 좀 덜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안승준’은 1981년 충북제천에서 출생해 초등학교 6학년 때 뇌수종 후유증으로 실명했다. 단국대학교 수학교육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한빛맹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말에는 아마추어 가톨릭 CCM밴드 ‘플라마’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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