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210만명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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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210만명의 착시
  • 편집부
  • 승인 2015.05.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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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

 기초수급자 210만명의 착시

신규수급자 다수는 교육급여자, 초중생은 연 9만원이 전부

생계급여 기준 올리고, 부양의무제 폐지해야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

 

지난달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2015년도 기초생활보장급여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을 422만원으로 의결했다(4인 가구 기준). 이에 따라 중위소득 기준으로 생계급여는 28%(118만원), 의료급여는 40%(169만원), 주거급여는 43%(182만원), 교육급여는 50%(211만원) 이하 가구로 정해졌다.

이를 두고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133만 명에서 최대 210만 명까지 확대되고 가구당 평균 현금급여(생계+주거)도 42만3천원에서 47만7천원으로 5만4천원 증가한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는 자랑거리가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빈곤문제 해결에 의지가 없는지를 고백하는 수치일 뿐이다.

첫째, 기초수급자 210만 명의 실체를 보면 실질적인 증가로 평가하기 어렵다. 정부는 ‘맞춤형 급여체계’를 도입한 지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마치 대단한 개혁인 양 홍보해 왔다. 그 결과가 올해 수급자가 77만 명 증가하고 가구당 평균 급여가 5만4천원 오른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증가한 수급자 77만 명은 정부 스스로 인정한 비수급 빈곤층 약 400만 명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이다. 게다가 새로 수급자로 편입된 사람 다수는 교육급여 대상자이다. 예를 들어, 새로 교육급여 대상자가 된 초중학생이 있는 가구의 경우, 연간 급여액이 총 9만원에 불과하다(부교재비 3만8700원, 학용품비 5만2600). 과연 연 1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을 지원하면서 기초수급자가 늘었다고 생색낼 수 있는가?

둘째,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합한 현금급여 증가액 5만4천원도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운 인상이다. 이번 중생보위 결정에 따라 ‘맞춤형급여체계’ 생계급여 28% 금액이 4인 가구 118만원이다. 과연 한국에서 4인 가구가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중생보위 결정은 지난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 부칙은 2017년까지 생계급여 기준을 30%로 상향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이렇게 되더라도 현실은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 생계급여 기준선이 대폭 상향돼야 한다.

셋째, 지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선 현행 제도의 핵심 문제인 수급선정 기준 3대 독소조항이 사실상 그대로 방치되었다. 3대 독소조항은 수급자격을 박탈하거나 수급액을 깎는 부양의무제, 전세금까지 소득이 발생한다고 간주하는 재산의 소득환산, 성인이 있으면 소득이 있다고 판단하는 추정소득제를 의미한다.

작년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를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했지만 이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의 핵심 문제가 아니다. 3대 독소조항의 폐지 없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여전히 광범위한 빈곤 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중생보위 결정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가 여전히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조속히 생계급여 기준 현실화 논의를 시작하고 또한 빈곤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3대 독소조항(부양의무제, 필수 재산의 소득환산, 추정소득)도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이 복지 권리를 누릴 수 있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공공부조 복지로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정부, 국회, 시민사회 모두 기초생활보장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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