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지원법에 바라는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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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지원법에 바라는 소견
  • 편집부
  • 승인 2015.01.19 11:06
  • 수정 2015-01-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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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일 / 국제발달장애우협회(IFDD)대표
▲ 전현일 / 국제발달장애우협회(IFDD)대표

발달장애 당사자와 가족이 그토록 오랫동안 염원하던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지난 5월에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고 2015년 11월이면 그 시행령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본법을 보면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어디 한 술에 배부르냐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이법을 근거로 해서 점차적으로 한국의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이 향상될 것을 기대합니다.

다만, 제가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서 기회 있을 때 마다 말씀드린 바 있는 한국의 장애인 등급제도와 부양가족의무제도가 참된 발달장애인지원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저는 미국에서 40여년을 살아 왔고 지금 38세 되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딸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발달장애인 지원에 대해서 체험을 해왔고 실제적으로 각 계층에서 일하는 실무자들과 접촉을 가져왔습니다.

우선 2013년도 미국의 통계자료부터 말씀드립니다. 4인 가족 빈민 소득은 2만4천 달러 이하, 미국 가정의 중간소득은 6만8천 달러, 발달장애인 한 사람에 드는 정부 비용은 평균 4만~4만5천 달러입니다.

만약, 미국에 한국과 같은 부양가족의무제도가 있다면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위해서 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미국 가정은 아마도 상당한 부유층인 극소수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도 부모가 자식을 부양해야 한다는 규범이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부양이라는 말은 대체적으로 신체적 안녕 즉 의식주를 마련해 준다는 뜻입니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이 뜻하는 바, 즉 발달장애인이 일반인과 통합된 사회에 살 수 있고 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여러 가지 서비스와 지원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은 부모가 자식을 위한 부양의 개념에 속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발달장애인지원법을 보면 발달장애인은 공적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예산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권리는 보통 시민이 누리는 권리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미국의 사회복지부 체제를 보면 각가지 장애 중에서도 유독 발달장애만이 별도의 국으로 존재하고 따라서 별도의 예산편성을 받게 됩니다. 또한 복지부 예산 중 큰 부분인 사회의료보험제도(메디케이드)가 발달장애인의 사회통합의 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부가 발달장애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예산의 뒷받침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의 종류, 양과 질이 발전하게 됩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일리노이주의 2015년 복지부 예산을 보면 발달장애국의 예산이 총 예산의 31%를 차지합니다. 서울시의 내년도 복지예산을 보면 전체 장애인을 위한 예산이 복지예산의 8.7%, 한국의 전체 장애인에 대한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7% 정도라고 하니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예산의 비율은 아마도 1% 내외가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발달장애인지원법에 의하면, 발달장애인이 지자체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발달장애복지센터에서는 그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개별화 지원체제를 마련해서 통보하고 부모에게 비용부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서구와 같은 의미의 개별화 지원계획이 세워질 경우 서비스가 증가될 것이고 국가는 그를 위한 재정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발달장애인지원법에 의해서 실효성이 있는 개별화 지원계획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힘겹게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와 가족에게 더 이상의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제일차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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