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종이 값이 아까워서 그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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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종이 값이 아까워서 그랬겠는가?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06.0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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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 여부를 후보자의 임의사항으로 하고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도 비장애인을 위한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이 시각장애인의 선거권 등을 침해하고 헌법 제34조 제5항에 따른 국가의 장애인 보호의무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며 청구를 합헌 5, 위헌 4로 기각했다.

기자가 헌재의 판례 검색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 여부를 후보자의 임의사항으로 규정하고 그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입법자의 선거제도 형성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시각장애인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이었다.

헌재는 기각 이유 중 한 가지를 공직선거법상의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 규정은 후보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의 하나인데 이를 의무규정으로 할 경우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초래될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중 상당수는 점자를 해독하지 못한다는 사정까지 감안할 경우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헌법 제34조의 보장영역과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선거권의 제한이 생활능력 없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ㆍ물질적 보호를 규정한 제34조 제5항의 보장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심판대상 조항이 헌법 제34조 제5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는 대통령도 1표, 재벌 회장도 1표, 시각장애인도 1표인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을 후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임의규정으로 정한 공직선거법상의 규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위의 법 조항이 시각장애선거인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임을 주장한 4명의 헌법재판관 주장의 한 가지가 국가가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비용을 전액부담하고 있으므로, 이를 의무화하더라도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나 정부에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보제공의 의무를 몇 장의 종이 값을 아끼기 위해 형식화한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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