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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라이프뉴스
  • 승인 2014.01.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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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편의를 위한 건가요?

 

 

기자는 8월 말쯤 늦은 휴가를 떠났다. 오빠가 살고 있는 천안으로 내려가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던 중 천안에서 가장 맛 집이라는 뼈 해장국집을 찾게 됐다.

명성에 걸맞게 초저녁부터 사람들의 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고 기자가 다 먹고 나올 쯤엔 50미터를 육박하는 대기 손님이 진을 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다시 차에 오르려고 했을 때, 옆에 주차한 차에서 할머니 한 분과 가족들이 내렸고 이내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낸 남성분은 할머니를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 그리고 예약을 했는지 가게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서던 그 일가족들은 신발도 채 벗기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편의시설로 만들어 놓은 경사로에 빼곡히 서 있는 다른 손님들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게로 들어가는 입구는 몇 개의 계단이 설치돼 있었고 그 옆으로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그 경사로는 마치 놀이동산의 대기 줄처럼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휠체어가 경사로 입구에 들어섰음에도 사람들은 뒷걸음질을 몇 걸음만 할 뿐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자신이 사용해야 하는 공간임에도 할머니와 휠체어를 미는 가족들은 연신 죄송하다며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경사로를 올랐다.

기자 역시 차에 오르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느라 이후 모습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분명 그 가족들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설 때도 음식을 먹고 나올 때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식당뿐만 아니라 편의시설이 본래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이는 곳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좁은 주차장 때문에 경사로 입구 코앞까지 주차를 해놓거나, 화분 등을 세워두는 건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여주기 식의 편의시설 설치가 아닌, 그 용도와 의미를 먼저 생각하는 의식이 먼저 안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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