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외 판정을 받은 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니다”
장애등급 재판정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 기초생활수급권이 박탈될 처지에 몰린 간질장애인 박진영 씨는 ‘장애에서 무급으로 처리돼 더 이상 싸우기도 싫고 살기도 싫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관할 주민센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지난 3일 또다시 발생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공개한 박 씨의 유서엔 “진료 시 어지러워서 움직이지도 못했고 경기로 정신을 잃었는데도 담당 의사는 기록도 안했으며 연금공단 직원들은 서류만 보고 앉아서 등급 외 판정을 내렸다.”고 원망했다.
박 씨는 등급 외 판정으로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기초생활수급권을 잃지 않기 위해 홀로 관할 시청과 주민센터, 연금공단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 달을 넘게 돌아다니며 싸웠지만 결국 포기하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유서를 내밀며 청와대, 의정부경찰서, 의정부시청 등에 보내기 위해 3부를 복사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취재 결과 정부는 탈수급을 유도하기 위해 청소, 집수리, 간병 등 자활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천시의 경우 자활사업 참여자가 4,598명으로 그들은 주 5일 8시간을 일해 월 70~80만원을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자활사업 관련 지침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
박 씨처럼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으며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의 경우 청소 등의 자활사업은 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못했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이라며 파이를 크게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얇게 펴서 수급권자 수만을 늘리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 맞춤형 급여체계를 내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장애로 인해 돈을 벌 수 없는 사람들은 그 피해가 자신에게 미치지는 않을까를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박 씨처럼 등급이 하락돼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