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인권침해, 근절책은 없는가
상태바
장애인시설 인권침해, 근절책은 없는가
  • 편집부
  • 승인 2012.01.06 00:00
  • 수정 2013-01-23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때 비리와 인권침해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회복지법인 구 석암재단 소속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또 다시 폭행과 학대 등의 인권침해가 일어나 시설장이 검찰에 고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장애인생활시설의 시설장이 생활인들을 학대한다며 직원 9명이 인권위에 진정을 한 것이다. 2008년 당시 석암재단은 정부보조금과 장애수당을 횡령하고 시설장애인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드러나 처벌받은 후 2009년 법인명을 바꿨으나 재발한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는 잊을 만하면 터진다.

TV를 통해 방송된 김포 소재 시설에서의 비인간적 학대 장면은 끔찍하다. 추운 날씨에도 반팔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남자 아이가 퍼붓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시설장에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4시간째 벌을 선다는 것이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아이는 발달장애 1급인 15세로 밝혀졌다. 생활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 한 편에서는 또 다른 아이가 무릎을 꿇고 벌을 서고 있는 모습도 방송됐다. 숙제를 안했다는 이유로 밥을 굶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다 못한 이 시설의 교사가 몰래 화장실에 데려가서 밥을 먹인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벌을 받다가 힘들어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가혹한 폭행이 행해졌다고 한다.

이 장애인시설은 3년 전 문제의 시설장이 부임해 오면서 하루가 멀다 하게 이런 체벌이 가해졌다. 그러나 시설의 현실은 더 끔찍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세상엔 알려지지 않는 게 다반사다. 광주인화학교 도가니 사건만 해도 그렇다. 성폭력 말고도 지난 1964년 고아였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교감 등이 오랫동안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했다는 사실도 수십 년이 지나 폭로되었다. 드러나지 않은 시설의 참상은 이런 폭력 말고도 더 비참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밥을 먹고 해가 지기도 전에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 누가 먹다 남은 것인지도 모를, 잔반통에나 버려질 김치쪼가리와 찌개로 뒤범벅이 된 밥을 먹어야 했다. 당시 문제의 석암재단 시설에서 실제 겪었던 한 장애인의 증언이다.

인권위가 이번 사건의 법인 시설들에 대한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서울시와 양천구청에 권고했다지만 항상 사후 약방문격이다. 구 석암재단만 하더라도 당시 문제가 된 뒤 이사회 절반을 관선이사로 교체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된 셈이다. 시설생활인의 대부분은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떨어지고 저항능력과 자기 방어능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폭행을 당하고 부당한 처우와 학대를 당하더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상습적인 인권유린이 자행되더라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악행이 근절되지 않는 요인이다. 이번 사건 역시 직원들에 의한 내부고발이 없었더라면 그냥 덮어질 뻔 했다.

이 같은 인권침해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단지 질 나쁜 시설장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들이 달리 탈시설을 외치겠는가. 시설 운영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감독기관을 둘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관학계로 구성된 감시기구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다. 그러나 한미 FTA 날치기 처리로 경색된 정국은 사회복지사업법 연내 개정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3일은 유엔이 제정한 제19회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21세기 문명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비인간적인 인권유린 행위가 반복된다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