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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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가 남긴 것
  • 편집부
  • 승인 2012.01.02 00:00
  • 수정 2013-01-2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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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게는 저런 선수가 없을까. 지난 9월 4일 막을 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두고 한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그 어떤 선수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우리의 가슴속에 진한 감동을 남겼다. 그는 남자 400m 예선에 출전해 비록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겨룬 장애인선수로 기억됐다. 남자 1600m 계주에서 결선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예선에서 뛴 결과, 남아공이 2위를 차지함으로써 국제육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라 그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첫 장애인 선수가 된 것이다.

피스토리우스 선수는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나 의족이라도 사용하게 하려는 부모의 결단으로 생후 11개월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의사들은 평생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걸음마를 배웠고, 열일곱 나이에 육상에 첫발을 내딛은 후 1년 만인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200m 경기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비장애인 선수와 함께 겨루고자 했던 그의 꿈을 7년 만에 대구에서 이뤄낸 것이다.

신체적 조건의 극복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그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세계육상연맹 규정이 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탄소섬유 재질로 된 칼날 모양의 의족을 신고 달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Units)’라는 별명을 얻은 선수다. 탄소섬유로 제작된 의족이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느니, 다른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느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까지 가서야 비로소 비장애인 무대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되는 ‘2011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의 명예홍보대사에 위촉됐다. 피스토리우스의 활약은 장애 극복의 미담 차원이 아니라 스포츠맨으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직업적 역량을 보여준 모범적 사례라는 것이 그를 위촉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피스토리우스와 그가 사용하는 탄소섬유 의족 사례가 장애인 직업능력 향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피스토리우스 선수가 돋보이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을 무너뜨린 정반대의 삶을 일궈냈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과 경쟁해 메달을 목에 건 그는 스포츠맨으로서, 장애인으로서 세계 스포츠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다. 육상이나 장애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열광하며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그 자체로 전세계 모든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2013년 지적장애인들의 제전인 2013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와 2018년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장애인과 장애인체육에 대한 정부 및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피스토리우스에게 보냈던 관심과 응원이 우리 장애인체육과 장애인에게도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누구나 피스토리우스 같은 선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피스토리우스를 능가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피스토리우스 같은 선수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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