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한다면서 ‘복지장사’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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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 한다면서 ‘복지장사’하려는가
  • 편집부
  • 승인 2012.01.02 00:00
  • 수정 2013-01-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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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서비스 수급대상자 신청과 접수가 지난 8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됐으나 제도 고시안에 대한 장애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고시안 이행을 강행할 태세여서 논란을 빚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활동보조인이 혼자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집을 직접 방문해 신변처리나 이동보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 도입됐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지난 1월 제정된 ‘장애인활동지원법률’에 따라 기존 활동보조지원사업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라지만 오히려 활동을 ‘저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새로 시행될 제도는 기존 활동보조(신변처리, 이동보조 등) 외에 방문목욕과 방문간호 지원이 추가되고 기존 활동지원등급별 지원에 장애인의 생활환경(1인 가구, 출산가구, 학교생활 등)에 따라 가구특성별 10∼80시간, 자립생활 10시간이 추가 지원된다. 지원급여의 월 한도는 기존 활동지원등급별 기본급여(1등급 83만원, 2등급 67만원, 3등급 51만원, 4등급 35만원)를 기본으로 하되, 수급자의 생활환경을 고려해 8만∼64만원의 추가급여가 지원된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도 일정액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현재 4만∼8만원을 정액으로 부담하지만 소득수준과 이용량에 따라 기본급여 비용의 6~15%, 추가급여의 경우 추가비용의 2~5%를 합산해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기존 활동보조지원사업 이용자가 3만명인데 비해 이 제도가 시행되면 등록장애인 5만여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발표 내용이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는 속내를 보면 이 제도가 정작 장애인들의 ‘활동지원’을 위한 제도인지 의구심이 든다. 복지부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현행 월 180시간인 서비스시간을 늘려줄 것과 본인부담금만은 내지 않게 해달라는 장애계의 요구는 묵살한 채 예산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일방적인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고시안대로 시행될 경우 본인부담금은 현행 활동보조지원사업 때보다 오히려 늘어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야·휴일에는 추가비용도 붙는다. 심야가산, 휴일가산, 단시간급여가산 등 기존에 없던 각종 급여비용 가산 항목을 새로 만들어, 특정 서비스의 경우 활동보조인들에게 시간당 1000원씩 추가비용을 이용자의 바우처 금액에서 지불해야 한다.

고시안을 보고 있노라면 복지부가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장애인을 상대로 각종 명목의 상표를 붙여 생색내기용 ‘복지장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활동보조인들의 야간수당과 휴일수당이 올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가 추가비용부담 없이 장애인에게 그 비용을 모두 떠넘기는 건 온전한 국가가 할 짓이 아니다. 장애인의 경제사정을 모르고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면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한다면서 필요한 서비스시간은 오히려 줄이고 부담만 늘리는 제도를 당사자들이 싫어하는데도 왜 굳이 밀어붙이려 하는지 알 수 없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비장애인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정도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정책입안자들이 혹여 있을지 모르겠다.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해낼 수 있도록 혼자서는 불가능한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개념의 숙지에서부터 해법을 찾아 고시안에 반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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