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엔 투명인간만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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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엔 투명인간만 사는가
  • 편집부
  • 승인 2011.06.13 00:00
  • 수정 2013-01-2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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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가 지난달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를 실시한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을 단장으로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이 참여한 일제조사추진단까지 꾸렸다. 각 지방자치단체에도 부단체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제조사추진단이 구성되어 조사에 나섰으니 조직규모로 보자면 말 그대로 범정부 차원의 전수조사(?)인 셈이다.

정부가 내세운 중점 조사대상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지만 국가나 사회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각종 시설의 아동 동반 노숙자 및 투숙자, 무료 및 임시 보호시설 이용자와 주민등록 말소자 및 미등록자 등 다른 조사결과 확인이 되지 않아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집이 없어 창고, 움막, 공원, 지하철, 교각, 찜질방, 고시원, 여관, 당구장, PC방 등에 장기거주자들, 또 유기되거나 학대받는 아동,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열거한 조사대상 범주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복지사각지대의 문제는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MB정부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4월 30일 방송된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서울의 한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삼남매의 사연을 다뤘다. 이를 본 대통령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을 조사하라고 지시가 떨어지자 보건복지부가 ‘복지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에 착수하였던 것. 당연하고도 마땅한 조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알맹이 없이 즉흥적이고 땜질식인 MB식 복지정책의 상징적 사례인 ‘봉고차 모녀’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봉고차 모녀’ 얘기는 지난 2009년 2월 인천의 초등학교 3학년생이 대통령에게 SOS 편지를 보내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소득과 재산이 없는데도 10년 된 봉고차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연이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녀는 곧바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돼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받았다.

이 사례는 관료조직의 획일적이고 소극적인 복지행정의 상징이자 적극적인 현장 행정이 시급함을 알리는 경종이었다. 이 얘기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또 다른 ‘봉고차 모녀들’은 MB정부가 비수급 빈곤층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비수급 빈곤층의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봉고차 모녀’는 늘어난 반면 복지예산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고차 모녀’ 사례는 ‘봉고차 모녀’만 살리고 또 다른 ‘봉고차 모녀’는 모두 죽이는 MB정부의 정치적 쇼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MB정부는 ‘제2의 봉고차 모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복지행정을 강화한다고 말로는 떠들어대지만 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같은 근본적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결국 MB정부가 이미 드러난 사각지대의 또 다른 ‘봉고차 모녀’와 또 다른 ‘공중화장실 삼남매’는 외면한 채 정치적 쇼에 이용할 대상자를 찾고 있지는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MB정부에게 또 다른 ‘봉고차 모녀’와 또 다른 ‘공중화장실 삼남매’는 ‘투명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 소외된 우리 이웃”이라는 정부의 표어로 얼마나 많은 복지사각지대의 투명인간을 찾아내 구제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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