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조사표, 제2의 장애등급심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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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조사표, 제2의 장애등급심사인가?
  • 편집부
  • 승인 2011.05.20 00:00
  • 수정 2013-01-2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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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장애계의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수급자격 측정도구인 인정조사표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 한 차례 장애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인정조사표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대상을 가리는 자격심사 측정도구로 인정조사 점수에 따라 서비스 시간이 달라지고 일정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서비스 대상에서 탈락된다. 이 처럼 서비스 자격 여부나 서비스 시간을 결정짓는 현행의 인정조사표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 장애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4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 이용자 욕구충족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왔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2차 시범사업에 적용된 인정조사표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새 인정조사표가 요양과 보호 중심의 와상 노인을 대상으로 설계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인정조사표와 다를 게 없다는 것. 새 인정조사표가 기존 활동보조서비스와 달리 요양 중심의 항목들이 추가됨으로써 요양 영역만 강조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지원제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새 인정조사표를 적용한 결과 대상자의 36.2%가 등급이 하락한 반면 시각장애인은 무려 77.8%가 등급이 하락했다고 한다.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판정도구 사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이다. 신체적 장애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신·지적·자폐성 등 정신적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려면 실제로 필요한 유형과 대상에게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측정도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인정조사표의 조사항목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조사항목의 점수 배점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욕구조사 영역은 추가항목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점수에는 포함되지 않아 욕구조사를 하면서 이를 반영하지 않는 불합리함도 지적받고 있다.

측정도구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면 측정값 역시 달라질 것은 뻔하다. 이 같은 측정도구로 서비스 자격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수급당사자들에게 신뢰성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초 제도 시행의 기본 취지를 크게 왜곡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은 뻔하다. 중대한 결함이 있음에도 인정조사표가 그대로 적용돼 응당 서비스를 받아야 할 사람이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서비스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좌시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인정조사표와 장애등급 판정기준과의 중복성 여부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인정조사표가 제2의 장애등급심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예산을 정해 놓고 지원 대상을 맞추다 보니 예산 배분표가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장애계가 아직도 장애등급 재심사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정조사표가 또 다른 장애등급심사 도구로 인식된다면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판정을 받기 위해 장애등급심사를 받고 활동지원을 받기 위해 또 다시 인정조사까지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시간과 경제적 정신적 손실임이 분명하다. 복지부는 6월 고시에 앞서 근원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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