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끼에 날아간 장애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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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끼에 날아간 장애인복지
  • 편집부
  • 승인 2011.04.25 00:00
  • 수정 2013-01-25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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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무슨 기념일만 되면 평소에 안하던 각종 행사들로 요란을 떠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어김없이 방송과 신문은 관련기사로 호들갑을 떨고 각종 기관 단체들의 일회성 행사들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 매년 4월 20일은 이 땅의 장애인들이 아주 특별한 대접을 받는 날이다. 지난 18일에는 서른한 번째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 이어 부인 김윤옥 여사가 장애인과 장애인단체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나, 김윤옥 여사가 “일터에서 당당히 사회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은 장애가 차이나 불편함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면서 “장애인을 바로 내 가족, 내 이웃으로 보는 시각이 더 널리 퍼져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과 청와대 오찬에 감동한 장애인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초청 오찬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영부인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단속해 건의사항을 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장애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내비친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는 장애인 성공 사례발표, 가수 공연은 영부인을 위한 행사내용 같았다.”고도 했다. 그 것만이 아니다. 청와대 오찬이 있던 그 시각, 장애인단체는 청와대 입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앉아 ‘점심 한 끼’로 땜빵하려 들지 말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청을 높인 것. 이들은 이날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의 현실과 삶, 눈물은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은 채 오늘 점심을 사주면서 장애인을 달래려고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2009년 4월 홀트 일산요양원을 방문했던 당시 그 곳에서 중증발달장애아동들의 합창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일을 언급했다. 당시 신문과 방송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보도되자 이를 두고 장애계가 이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 비판했었다. 장애계가 이처럼 한결같이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나서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3년 전 취임사에서도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면서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런 그가 장애인연금제도를 시행한다면서 ‘껌값연금’에 ‘조삼모사’식으로 기존 장애수당을 폐지하질 않았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시행한다면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폐지하질 않나, 정권의 시녀이자 반인권적 인물을 줄기차게 인권위 수장자리에 잡아두질 않나. 장애인복지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대선공약과는 달리 장애인들을 끊임없이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계는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장애인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정책이 장애인을 그토록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간에도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모자라서, 장애연금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굶고 있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어떠한 제도와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창’을 여는 것”이라는 이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진정어린 마음의 창을 열고 장애인의 현실을 보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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