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변영로(1898- 1961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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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변영로(1898- 1961 ) 서울
  • 편집부
  • 승인 201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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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어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이제는 젖빛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나!

아, 안올 사람 기두르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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