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웃음이 넘치는 이곳은 “우리마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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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웃음이 넘치는 이곳은 “우리마을 입니다~”
  • 편집부
  • 승인 2011.03.28 00:00
  • 수정 2013-01-25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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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마을의 콩나물은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생협과 인천시, 갤러리아백화점 등에 납품되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는 조금 특별한 마을이 있다. 바로 지적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우리마을’이 그 곳이다. 서로가 서로를 ‘친구’라 부르며 매일 매일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그 활기찬 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자.<차미경 기자>

 

‘우리마을’은 엄연히 따지면 근로시설로 분류돼 있다. 말 그대로 지적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근로시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딱딱한 말로 분류하기에는 우리마을은 너무 따뜻하고 인간적인 냄새로 가득하다.

우리마을은 강화도가 고향인 김성수 주교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기증해 지난 2000년 3월 문을 열었다. 김 주교는 지난 2008년까지 성공회대 총장을 역임함과 동시에 지적장애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 교장으로 몸담으면서 줄곧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을 생각했다고 한다.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듯 특수교육시설을 졸업하고는 또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더욱이 지적장애인들은 일자리를 얻기가 몇 배로 더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그 당시 성배드로학교에서 만난 지적장애 친구가 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슬픈 현실에 김 주교는 그들이 머물고 자립할 수 있는 ‘우리마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 그때 그 친구는 우리마을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하며, 누구보다 멋진 자립생활을 하고 있다.

 

콩나물과 함께 희망도 쑥쑥

 

현재 우리마을에는 지적장애를 지닌 18세 이상 남녀 50여명의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며, 자립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마을은 18세 이상이면 근로활동을 할 수 있으며, 58세를 정년으로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 정도에 따라 생활교육만 받는 친구도 있고 전기부품 조립?콩나물 재배 등의 직업교육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는 친구들도 있다.

콩나물 재배와 부품조립 등의 수익으로 친구들은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65만원까지 근로능력에 따라 월급을 받고 있다.

그 돈으로 기숙사비를 내는가 하면, 통근을 하는 친구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월급으로 충당하며 지내고 있다.

특히 콩나물사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월 5000만원이라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상품성도 뛰어나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우리마을의 콩나물은 생협과 갤러리아백화점, 지역(하나로) 마트에 납품되고 있으며, 인천시청에도 오는 4월부터 납품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서울 갤러리아백화점과 삼성코닝은 한 달에 한 번씩 ‘콩나물 DAY’를 정해 그날의 구내식당 주 메뉴를 콩나물로 하는 등 우리마을과 함께 하는 또 다른 친구이기도 하다.

콩나물 작업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이 외에도 우리마을에서는 다양한 재활교육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부에서 물건을 납품받아 포장하거나 간단한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을 통해 직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쿠키를 구워 관광지라는 강화도의 특성을 활용해 카페 등에 쿠키를 공급하고 저금통을 비치해 작은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홍보활동도 펼치고 있다.

 

화훼사업에서 양로원까지…

 

지금도 충분히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마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도약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우선 계속해서 주문이 늘고 있는 콩나물 사업을 위해 지난 3월 18일 이전까지 공장의 4배 정도 더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저온창고, 탈의실까지 두루 갖춘 최신 공장으로 새로 오픈했으며, 조만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우리마을이 현재 야심차게 준비 중에 있는 것이 바로 ‘화훼사업’이다. 화훼사업은 마을이 위치한 근처에 1300㎡의 화훼단지를 만들고 팬지, 바이올렛 등 다소 재배가 쉬운 1년생 꽃을 키워 팔 계획이며, 인천시의 도움을 받아 인천시 내 조경사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우리마을측은 화훼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일 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아 장애인들의 일자리 잠재력이 크고 무엇보다 장애인의 정서함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마을이 공들이고 고심하는 것은 바로 ‘양로원’ 건립에 관한 것이다. 처음 마을을 설립할 때만 해도 콩나물과 상추, 버섯 등의 재배능력을 가르쳐 독립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친구들이 갈 곳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 비해 노화속도가 빠른 장애인들의 특성도 독립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 부합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마을은 장애인전용양로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노인요양원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장애인전용양로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의 ‘독립’ 취지와는 정반대지만 마을 내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또다시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 아픔과 슬픔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어찌 보면 처음 마을을 설립할 당시 김 주교의 뜻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리’라는 표현을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이 쓴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단일민족 국가인 것이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계, 두레, 품앗이와 같은 공동체 의식과 생활풍습 등이 자연히 생활에 젖어 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장애인이라는 요소 앞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장애연급 수급비율은 1.5%로 OECD 가입국 평균인 5.8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근로자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지난해 이를 지킨 사업장은 3분의1에도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우리마을’과 그곳을 지키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라는 표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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