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15년 만에 컴백,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뛰겠습니다” _ 임영순/인천시장애인부모회 신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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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15년 만에 컴백,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뛰겠습니다” _ 임영순/인천시장애인부모회 신임회장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3.21 10:12
  • 수정 2024-03-25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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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불미스러운 사건 발생 이후 2년 넘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표류하던 인천시장애인부모회(부모회)에 임자가 나타났다. 임영순 신임회장이다. 지난 2009년 이후(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5대 부모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15년 만에 컴백인 셈이다. 지난 1월 12일 부모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두 달여 만에 사무실에서 만난 임 회장은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무엇보다 난파선 같던 조직을 정비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죠. 회장이 되고 사무실에 출근해 보니 직원들 컴퓨터 하나 변변한 게 없었어요. 회장 없이, 혹은 있어도 이름뿐인 시간 동안 부모회의 사업은 물론 사무실 운영도 비정상적이었던 거죠. 재정 파탄 직전이랄까. 암튼 이 조직을 정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 하겠더라고요.”

15년 전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온 힘을 다해 이루어 놓았던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이 왜곡돼 장애아 돌보미 파견 사업처럼 되어 버려 지원금 거의 전액이 돌보미 수당으로 지출되고 있었다. 때문에 사업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도 후원금에서 충당해야 하는, 물먹는 하마가 되어 버린 것은 정말 기가 막힐 일이었다. 게다가 그 탓에 사무실 관리도 전혀 안 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사실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이만큼이라도 스스로 알아서 끌고 와 주었으니 직원들에게 고맙죠. 집에 있는 개인 컴퓨터를 가져와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당근을 뒤져서 중고 모니터를 사다 놓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마운 일이지만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발이 닳도록 후원자들을 쫓아다니며 30만 원, 50만 원씩 후원을 받고, 회원들에게 회비 납입을 독촉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사무국 직원들이 컴퓨터를 개비하고, 자신의 컴퓨터도 마련했다.(기자가 부모회 사무실을 방문하던 날, 출근 두 달 만에 회장 책상에 컴퓨터가 설치됐다고 한다.) “기본을 갖추어 놓아야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직원들의 근태와 복무 태도도 다잡았다.

아울러 와해된 이사회도 다시 꾸렸다. 비대위 체제가 길어지면서 탈퇴한 이사들이 꽤 여럿이었다. 이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 그리고 다시 짜인 이사진들을 중심으로 두 번의 월례 이사회를 치렀다.

“아직 멀긴 했지만 이제 좀 무언가를(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 같아요. 그간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부모회지만, 이제 다시 인천 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으로 우뚝 서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숨을 돌렸지만 아직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외부 일정이 더 많은 임영순 신임회장. 그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이사들, 직원들, 회원들에게 당부한다.

“부모회 창립 초기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해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돌봄 기반을 닦아보자, 그래서 부모들도 안심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게 하자고 했던 정신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장으로 있는 동안 가장 기본적인 사업인 가족지원사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장애인 가족을 위한 진정한 복지가 무엇인가를 다루는 세미나도 열고, 여러 유형의 장애인 가족들 하나로 모아 캠프 같은 걸 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고…. 그렇게 장애인 가족을 돕고 하나로 묶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부모회 수장으로 돌아온 임영순 회장의 다음 행보는 특수학교 부모회들을 만나는 것. 부모회 설립 초기 힘이 되어 주었던 특수학교 부모회들을 다시금 엮어내 기본에 충실한 부모회를 만들기 위한 행보다. 시련 끝에 더욱 단단해진 부모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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