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14개 교육청에 청각장애 교원에 편의 제공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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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14개 교육청에 청각장애 교원에 편의 제공 권고
  • 편집부
  • 승인 2024.03.20 09:00
  • 수정 2024-03-20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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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지난달 23일, 서울, 인천, 전남을 제외한 14개 교육청에, 소속기관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 중 문자나 수어 통역 등 의사소통 편의 제공을 받을 교원 유무를 확인해, 중증 청각장애가 있으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한 의사소통형 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교원을 우선 지원하고, 그 외 교원의 경우에는 의사소통 편의 제공 필요 여부를 심사해 합당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 계획과 예산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영역에서 사용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편의‘에는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 설비, 도구, 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는 물론, ’한국수어 통역자 등의 보조인 배치’와 같은 인적 편의 제공이 포함된다. 따라서 교원의 사용자 지위에 있는 시도교육청 교육감은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이 장애가 없는 교원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문자나 수어 통역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을 피진정인으로 하여 제기된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에 대한 의사소통 편의 미제공’ 진정사건(22-진정-0902500)의 조사 과정에서,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에게 실효적인 의사소통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해당 교원들이 수업은 물론 학부모 상담, 교사 회의 및 연수 등의 직무수행 시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2023년 4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3항에 따라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에 대한 의사소통 편의 제공 실태 및 차별 여부에 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피조사 교육감들은 이미 2021년부터 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 등 공무원에게 근로 지원인과 보조공학기기 등을 대여하거나 비용을 지원하고 있고, 문자와 수어 통역자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공단의 근로 지원이 중증 장애가 있는 경우로 한정되며,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 총 300명 중 10% 미만의 교원만이 근로 지원 제도를 이용하고 있어 의사소통 편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단에서 제공하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표출해 주는 보조기기는 주변에 소음이 있거나 다자간 대화 시, 혹은 발음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정확도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들이 수업이나 상담 활동, 각종 학교행사나 교사 회의, 연수 참여 등 업무에서 보조기기만으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결국 다자간 의사소통이 필수적인 학교 현장에서 의사소통 편의를 제공받지 못한 해당 교원들은 직무수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특히 업무 성과나 의욕 저하뿐만 아니라 소외감, 무력감,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

따라서 청각장애가 있는 교원들의 차별적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조기기나 근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문 자격을 갖춘 문자 통역사나 수어 통역사에 의한 의사소통 편의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문자나 수어 통역 예산 마련이 각 교육청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청각장애가 있는 전체 교원의 수가 300명 정도에 불과하고, 피조사 교육청에서 장애인 교원을 채용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부담해야 하는 장애인 고용 부담금에 비추어 볼 때, 문자나 수어 통역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교육청 운영에 지나친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14개 교육청 교육감에게, 청각장애로 의사소통 편의 지원이 필요한 교원의 실태 및 필요성 등을 파악하고, 문자나 수어 통역을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이같은 국가인권위의 권고결정에 진정을 낸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위원장 김헌용, 이하 장교조)은 즉각 이같은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장교조는 논평을 통해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 결정은 그동안 방치돼온 청각장애 교원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교육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교원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장애 이해와 평등 의식을 심어주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인권 존중의 가치를 확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헌용 장교조 위원장은 “전국 300명의 청각장애인교원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결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면서 청각장애인교원은 이중, 삼중의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어느 교육청도 편의를 먼저 고려한 곳은 없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지원이 전무했던 14개 교육청은 물론 아직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서울, 인천, 전남도 청각장애인교원의 학교생활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맞춤형 통역 지원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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