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정신장애 이해와 치료효과 높이기 시리즈] ③ 병이 되는 잠 다루기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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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정신장애 이해와 치료효과 높이기 시리즈] ③ 병이 되는 잠 다루기 - 1부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4.03.09 10:00
  • 수정 2024-03-2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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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해 갈 수 있는 정신장애. 제대로 앎이 대처에 필요하다.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모두 걸릴 수 있는 다양한 정신장애들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 및 주로 적용되는 치료 전략 개관 시리즈를 총 16가지 주제로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이상·임상심리학,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정신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편집국

잠은 더 엄격하게 살펴봐야 한다

정신장애 진단 기준 교과서인 DSM-5에서는 수면-각성장애 분류가 전보다 엄격해졌다. 그 이유를 심각한 고통과 기능 이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호소내용을 살핌에 도움이 되게 하여 정신건강 전문가뿐 아니라 정신과 이외 의사들의 진료를 돕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이는 잠자고 깨어나는 것이 마음과 몸의 영역에 모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면-각성의 장애 분류는 다양하다.

이번 주제 <병이 되는 잠 다루기>는 ‘이상하고 두려운 잠 다루기’(1부), ‘몸이 방해하는 잠 다루기’(2부), ‘건강한 잠을 위해 모든 것을 해 봤을 분들을 위한 이야기’(3부)로 나누어 3회에 걸쳐 게재하되, 치료 소개에 중점을 두어 잠과 깨어 있음의 질의 향상을 응원한다. 1부는 자다가 두렵고 특이한 경험으로 고통받고 위험해지는 경우들과 대처방법을 소개한다.

 

회복의 수면 이름: ‘렘’, ‘비(非)렘’

수면장애 치료를 위해 먼저 알아둘 수면의 이름이 있다. 잠의 기능은 흥미롭게도 자는 중에 눈(안구)이 급속히 움직이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에 따라 다르다. 급속히 빠른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 REM)이 일어나는 수면 시기를 간단히 ‘렘(REM)수면’이라 부른다. 그렇지 않은 시기를 ‘비(非)렘수면’이라 한다.

신경학 연구자들에 의하면, 놀랍게도 수면은 깨어 있는 동안 손상된 부분을 회복시키는 과정을 일으킨다. 이 회복의 영역이 렘수면과 비렘수면 시기에 따라 다른 점도 경이롭다. 중추신경계의 단백질 합성이 증가하며, 뇌 조직의 재생 및 뇌 기능이 회복되는 시간은 렘수면 때이다. 반대로 ‘비(非)렘수면’ 시기에는 성장호르몬이 방출되고 코티졸의 분비가 최저 상태가 되며, 전신의 신체조직 회복이 주로 일어난다.

비렘수면 시간은 뇌파의 변화를 기준으로 낮은 수면과 깊은 수면으로 구별된다. 정상적인 하루밤의 잠 안에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섞여 있다. 이 두 수면의 비율은 연령대 등에 따라 다르다.

 

비렘수면 중에 겪는 무서움: 수면보행증, 야경증

수면보행증과 야경증은 비렘수면 시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에, ‘비렘수면 각성장애’로 분류된다.

# 6세 은경이(가명)는 수면보행증이 생겼다. 밤 10시경에 잠이 들지만 12시경에는 일어나 걸어 다닌다. 어머니가 불러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반응이 없다. 손을 잡고 잠자리에 눕혀주면 다시 잠들지만, 아침에 깨서는 밤에 돌아다닌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린이와 어른의 경우는 심각성을 다르게 본다. 어린이의 수면보행증은 성장하여 중추신경계가 발달되면서 호전되며, 치료가 거의 필요하지 않거나, 특별한 치료 없이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도 지속되거나, 청소년기에 처음 나타났다면 수면과 연관된 ‘경련’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뇌파검사가 필요하며, 초기 성인기에 나타날 때는 신경학적 문제 점검을 위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이외에 성인은 심한 정신병리를 동반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정신과에서 평가받아 볼 필요가 있다.

# 갑자기 깨어 극심한 공포를 느낀 듯 심하게 울거나, 놀란 듯 비명을 지른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불안, 흥분, 혼돈에 빠지며 자율신경계가 각성되어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주위에 대한 감각이 없기에, 본인보다 옆 사람이 더 고생하는 장애의 이름은 ‘야경증’이다.

어린이의 야경증은 특별한 병리 없이 수면 발육과정에서 나타나며 특별한 치료 없이도 나이가 들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야경증은 때로는 측두엽 뇌전증의 첫 증상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으니 원인의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성인의 경우에는 정신병리가 동반될 가능성을 고려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렘수면 중에 겪는 무서움 : 악몽장애

#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는 악몽장애는 야경증과 다르다. 무섭고 불쾌한 꿈 내용이 생생히 기억되며, 악몽 때 잠을 깨워도 해롭지 않고, 깨고서는 혼돈 상태를 겪지 않는 점이 다르다. 악몽의 내용은 대개 마음에 압박을 받는 것들과 관련이 있다. 특히 생존이나 몸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린이는 마음의 압박을 심각하게 받은 이후 악몽을 매우 자주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악몽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재경험’ 현상의 일부로 나타날 수도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다른 스트레스와 연관된 경우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어린이의 악몽장애도 일부만 성인기까지 지속되고, 적절히 대처하면 대부분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라고 알려졌다.

 

수면과 관련된 신경학 및 정신의학이 권하는 치료 전략은?

수면보행증과 야경증은 서로 연관된 질환이다. 이 두 장애가 잘 나타나는 수면 시간대는 잠든 직후 1~2시간 후이다. 이 시간대는 뇌파의 모양이 75 μV 이상의 높은 진폭이면서 주파수는 0.5~2Hz로 느린 델타파라는 서파(徐波)와 깊은 관련이 있기에, 서파수면 또는 델타수면이라고도 한다. 뇌파 특징은 치료와 관련이 있다. 야경증의 증상이 너무 심해 약물을 처방받을 때, 주의점은 약물 중단으로 서파수면의 반동적 증가 효과가 나타나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는 점이다. 또한 렘수면 동안 발생하는 악몽도 증상이 매우 심하면 렘수면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할 수 있으나, 렘수면 억제 약물을 갑자기 끊은 경우에 렘 반동효과로 악몽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수면보행증과 야경증의 치료 전략은 공통적으로 유발 원인을 제거하고 일정한 취침시간 지킴을 권한다. 수면보행증에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낮잠을 포함해 충분히 자게 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야경증 치료방법의 핵심은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다. 낮에 심한 운동으로 인한 피로감과 잠을 자지 않는 것 등으로 서파수면이 늘어나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야경증의 치료효과는 악화 요인의 관리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악몽장애의 치료에서 공포의 실제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이 될 만한 사건을 피하고, 불안 요인을 확인해 불안을 줄여주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료과정에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대개 악몽 후 부모가 어린이를 잠자리에서 달래주면 악몽이 만성화됨을 예방해 줄 수 있다. 인지행동 치료, 이완훈련 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요법으로 낫지 않고 심한 악몽이 지속되면 불안장애가 함께 있는지 감별해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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