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회원의 talk talk_발달장애 이해하기] “짜장면? 짬뽕?”…쉽고 일관되게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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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회원의 talk talk_발달장애 이해하기] “짜장면? 짬뽕?”…쉽고 일관되게 말하기
  • 편집부
  • 승인 2024.03.07 09:54
  • 수정 2024-03-0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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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회원/특수교육학 박사,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사무국장

지적장애를 지닌 철수 씨(가명)는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남성이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무척 배가 고픈 상태, 같은 과 친구가 다가와 “철수야, 짬뽕과 짜장면, 탕수육, 만두 중에서 무엇을 먹을까?”라고 물었다. 친구는 철수 씨가 먹고 싶은 음식을 쉽게 고르게 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 질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철수 씨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친구가 반복적으로 물어보았지만 철수 씨는 대답을 못 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발달장애인들과 이야기할 때 종종 벌어지는 상황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앞으로 이 칼럼은 발달장애인들과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 첫 단추를 ‘지적장애인과 의사소통하기’로 시작해 보자. 발달장애란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정의되고 있다.

의사소통은 단순히 음성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말 안에 담긴 의미가 상호작용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관계 형성의 본질적인 요소다. 이런 의미에서, 발달장애인은 생물학적 요인 혹은 환경적 요인 때문에 비장애인의 언어능력, 사회성, 운동능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지체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이 의사표현에 제한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 하면 언어와 인지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지는 사물의 이름을 익히고, 그 용도를 익히며, 그것을 주변에 사용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인지발달이 늦을 경우, 언어발달도 당연히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언어학자들은 말을 하고 있다. 또한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기억하고 다시 회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의미 있게 해석하지 못하고, 정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주의집중을 하려는 동기 역시 부족하다.

그럼 지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우선 앞선 철수 씨의 예가 보여주듯 하나의 문장에 또는 한 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 즉,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문장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적장애인의 지적 수준을 고려해 알기 쉽고, 평소에 그가 사용한 익숙한 낱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철수 씨의 경우, 만약 친구가 짬뽕과 짜장면만 제시하고 고르라고 하면 철수 씨는 쉽게 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탕수육과 만두까지 포함되면서 철수 씨는 말과 말을 단어로서 이해한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중에 선택을 해야 하고, 문장까지 한꺼번에 이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많은 수식어가 들어간 문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간단명료한 말로 줄여서 답을 구하는 것이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특히 질문을 할 때에는 질문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지 말고, 똑같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 H의 사례를 보자. H는 지적장애를 지닌 남성이다. 길을 잃고 서 있는 그를 돕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집이 어디입니까?”라고. H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행인은 재차 “그러니까, 어디에 사시냐고요?”라고 물었다. H는 계속되는 질문에 그 상황을 참지 못해서 다른 곳으로 뛰어가버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행인은 H가 사는 곳을 알기 위해 처음에는 “집이 어디입니까?”라고 하다가, 그다음에는 “어디에 사는가?”라는 형식으로 다른 질문을 하였다. H는 앞의 질문과 뒤의 질문을 동일한 질문으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지적장애인을 만나는 우리도 경험할 수 있다. 지적장애의 인지발달 특성상 ‘일관된 언어의 반복 사용’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물 이름, 장소 등을 정확하게, 그것에 따른 상황과 맥락을 잘 고려하여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음성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이 힘든 지적장애인을 만났을 때를 상정해 보자. 우리는 그의 몸짓, 얼굴 표정 등에 의존해 그의 마음과 바람을 읽어내고, 그것에 반응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힘든 과정일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시각적인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에게 “무엇을 할까?”라고 물어볼 때, 그가 언어표현이 힘들다면, 그의 활동이 담긴 그림카드를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등 사회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상에서 발달장애인을 만나면 당황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정도 의사소통법은 숙지하고 있는 것이 더불어 사는 시민의 자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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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회원은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후 이화여대에서 특수교육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상담, 교육, 치료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다. 그리고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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