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계절의 경계선에서 연꽃과 바오밥나무를 만나다…서울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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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계절의 경계선에서 연꽃과 바오밥나무를 만나다…서울식물원
  • 편집부
  • 승인 2024.02.09 09:00
  • 수정 2024-02-1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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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운이 담긴 2월은 계절의 경계를 오간다. 입춘과 우수까지, 절기는 자연의 마음을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봄 마중 준비에 한창이다. 이른 봄과 늦겨울 사이에서 두툼한 겉옷으로 중무장해도 대놓고 야외 활동하기에는 버거울 때도 있다. 이런 시기에는 두 계절이 공존하는 무장애 여행지로 떠나봄 직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수도권 여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 서울식물원이다. 야외에 호수원과 습지원, 열린숲도 있지만 아직은 바람이 찬 음력 정월이니 온실이 제격이다. 각양각색의 이색 식물이 가득한 전시온실을 둘러보다 보면 카메라 셔터가 쉴 사이가 없다.
▲ 서울식물원 전시온실. 세계 유일의 오목한 접시 모양의 온실.

서울식물원은 식물원과 공원이 어우러진 도심 속 휴양지 같은 공간이다.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 서울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장애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8천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식물도감 같은 곳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시때때로 찾는다. 그러고 보면 무장애 여행지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품는 곳이다.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곳은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는 곳이기도 해 거부감 없는 참 좋은 여행지다. 접근 약자는 편리와 안전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 조종기를 움직이는 손끝이 아려 온실 안으로 후딱 들어섰다. 온실에 들어서니 얼어있던 손끝이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두꺼운 겉옷을 벗고 가벼운 몸으로 식물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서울식물원은 크게 네 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 구역이 그것이다. 각각의 구역마다 고유의 특성을 갖춰 식물원 속에서도 네 가지의 색깔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열대관. 작은 호수와 조각배, 크낙새 모형까지 파라다이스가 생각난다. ⓒ정은경

 

추운 날씨에 제격인 전시온실

온실 입구에서 배우는 식물과 기후

 

특히 주제원 내에 위치한 온실은 추운 날에는 더욱 인기 있는 곳이다. 세계 유일의 오목한 접시 모양의 온실로 열대지역과 지중해에 위치한 12개 도시 자생식물이 전시되어 있고, 각각의 기후대에서 자라는 특색 있는 식물과 식물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관람 예절을 숙지하고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온실에 들어가면서 처음 만나는 전시관은 식물과 기후 체험관이다. 식물의 연대기와 지구 곳곳의 기후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지구의 나이 46억 년 중 41억 년 동안은 육지에 어떤 식물도 없었다. 그러나 나머지 5억 년 동안 온갖 식물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물속에서만 살던 최초의 식물인 청각과 우뭇가사리, 김 종류는 지금도 한국인의 밥상에 계절마다 등장하는 먹을거리다. 우리 조상들은 해조류 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의 구별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거기에 다양한 요리 방법으로 맛과 영양까지 동시에 잡았으니 지혜롭고 과학적이다.

육지에서 살게 된 최초의 식물은 물이끼와 솔이끼 등 이끼 종류다. 석탄의 원료이자 잎으로 광합성을 시작한 양치식물 중에는 고사리도 있다. 고사리는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명절 차례나 제사 지낼 때 빠지면 안 되는 나물이기도 하다.

쥐라기 시대에 가장 흔했던 식물은 겉씨식물이다. 주로 관목이나 교목인 겉씨식물 중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번식해 왔을 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쓰이고 먹을거리로도 활용된다. 다만 은행알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휠체어를 탄 사람은 길거리에 널린 은행 지뢰를 피해 다니느라 애를 먹는다.

다음에 만나는 것은 속씨식물이다. 해바라기, 붓꽃, 사과나무, 벼 등이 여기 속한다. 가장 늦게 등장했으나 가장 빠르게 번성한 식물로 분류된다. 그중에 벼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존해 오는 데 큰 기여를 했고 동물의 종 번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벼는 한반도 기후에 적응하면서 한국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작물이다. 오죽하면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까.

식물은 신화도 만들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는 신화의 시대이다. 지중해 식물은 신화를 통해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꽃말을 얻었고 식물과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어서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 열대관에서 가장 낯설지 않은 식물인 수련, 왼쪽의 수련은 아마존에서 많이 자라는 아마존 빅토리아 수련이다.

 

고온다습한 열대기후를 재현한 열대관

유리로 된 분리벽 지나 만나는 지중해관

 

기후체험관을 지나 열대관으로 간다. 온실 안은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뉘어 식물이 분포돼 있다. 열대관은 적도 근처 월평균 기온 18°C 이상인 지역으로, 지구 생물종 절반이 분포하고 있다. 열대지역이라고 하면 언뜻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 습한 더위가 생각난다. 열대관은 장마철 습한 기온과 환경 그대로를 조성돼 있어 후텁지근하다.

이런 기후에서는 연꽃이 무척 잘 자란다. 연꽃은 아마존강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한다. 초록잎에 연보라 꽃에 고고히 피어 연못 위에서 수줍게 웃고 있다. 연꽃잎을 열면 엄지공주와 심청이가 꽃 속에서 나올 것 같다. 연꽃은 불교와도 인연이 깊다. 부처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꽃이 피었다고 전해지고,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불자가 꽃 위에서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었다고 한다.

기후 분리벽을 지나 지중해관으로 들어섰다. 기후 분리벽은 열대관의 온도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유리벽이다. 지중해는 여름은 구름이 적고 기온이 높아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는 온화한 지역이다. 호주나 그리스, 샌프란시코(미국) 등이 지중해에 속한다. 지중해관에서는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생하는 선인장 같은 식물과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올리브나무도.

바오밥 나무는 호주와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일부에 자생한다. 요즘 대세 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에서 바오밥 나무 자생지를 찾는 여정이 있었다. TV를 보면서 화면 속 여행자의 동선을 따라 나도 어느새 함께 가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나무 군락지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다. 천 년에서 삼천 년까지 산다는 바오밥 나무를 만나려 더딘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 재미있는 식물도 많다. 소크라테아 엑소리자, 일명 ‘걸어다니는 야자나무’는 외부 환경에 의해 식물체가 쓰러지거나 다쳤을 때, 다친 부위가 사라지고 살아남은 줄기에 공기뿌리가 새로 생기는데, 이로 인해 ‘걸어다니는 야자나무’라고도 불린다. ⓒ정은경
▲ <어린왕자>에 등장해 유명해진 바오밥 나무. 지중해관에서 만날 수 있다.

 

엘리베이터로 2층도 손쉽게 접근

스카이워크에서 온실 전체 조망 가능

 

온실 내에는 스카이워크도 있다. 2층까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스카이워크에서 보는 온실 풍경은 숲 전체를 보는 것 같다.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스카이워크는 2층 식물카페와 씨앗도서관으로도 이어진다.

카페가 있는 2층은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양호해 어느 한 곳 불편한 곳이 없다. 야외 식물원은 여전히 겨울의 길목에 머물러 있지만 나무들은 봄 맞을 채비를 하고 성질 급한 매화나무 꽃봉우리는 ‘얼음땡’ 하면 전력 질주할 기세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봄은 있다. 내 인생의 봄은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계절과 시간에 상관없이 여행할 때다. 빈틈없이 들어찬 잡념들을 덜어내 좋은 긍정의 에너지를 채워 넣는 여행은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행복의 꽃을 피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장애 여행은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사이다.

▲ 2층에 있는 식물전문도서관. 식물·생태·정원·조경 등 국내외 식물 관련 전문서적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무장애 여행정보>

 

◆ 여행 팁

∙주제원(온실 및 주제 정원)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보호자 1인 포함·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본인 무료 입장

∙운영시간: 3월~10월 09:00~18:00(17:00 매표 마감)

11~2월 09:30~17:00(16:00 매표 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 가는 길

서울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3‧4번 출구에서 장애인콜택시 이용

서울장애인콜택시 1588-4388

 

◆ 접근 가능한 식당

마곡역 주변에 많다.

 

◆ 접근 가능한 화장실

서울지하철 9호선 마곡역, 식물원 내 다수

 

 

<글·사진> 전윤선 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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