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이해와 치료효과 높이기 시리즈]1_마음이 만드는 몸의 병 다루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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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이해와 치료효과 높이기 시리즈]1_마음이 만드는 몸의 병 다루기 2부
  • 이칭선 기자
  • 승인 2024.01.27 09:20
  • 수정 2024-01-2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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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해 갈 수 있는 정신장애. 제대로 앎이 대처에 필요하다.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모두 걸릴 수 있는 다양한 정신장애들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 및 주로 적용되는 치료 전략 개관 시리즈를 총 16가지 주제로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이상·임상심리학,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정신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편집국)

검사결과로는 증상의 원인을 모른다?

 

갑자기 신경계 기능 이상으로 보이는 증상이 생겼지만, 놀랍게도 검사 결과에서 원인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층간 소음 문제로 윗집과 크게 말다툼을 하다가 갑자기 팔이 마비되어 응급실에 온 50대 남성 노** 씨는 검사 결과가 당황스럽다. 신경 관련 진찰 결과가 정상이며, 혈액검사, 뇌파, 뇌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이상 소견이 없고, 현재 치료를 받는 질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씨는 3년 전에 부인과 다툼을 심하게 할 때 지금처럼 팔이 마비되었고, 별다른 치료 없이 다음 날 나은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마비로 병원에 온 18세 여학생 마** 양도 깊은 힘줄 반사, 뇌 컴퓨터단층촬영, 근전도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다. 부모님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은 후 갑자기 마비된 점이 특이한 것이었다.

#40대 가정주부 임** 씨는 10년 전 남편과 다투다가 갑자기 몸이 굳고, 두 눈이 위로 치켜 떠지는 증상이 나타났는데, 신경검사 및 뇌파 검사에는 이상 소견이 없고 과거에 약물 복용력도 없었다. 이후 매년 4~5차례 걸쳐 두 눈이 위로 치켜 떠져 내려 뜰 수 없고, 어지럽고 온몸이 떨려 응급실에 왔다. 두부 MRI, 뇌파, 갑상선 기능 검사 등의 전반적 신체검사를 했으나 이상 소견이 없었다. 최근 2년간은 수개월에 한 번 정도 같은 증상으로 오고 있다. 증상의 공통적인 배경은 시댁이나 남편과 다투거나 자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었다.

 

정신분석 관점에서는 이 세 분의 사례를 무의식적인 갈등과 불안이 신체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기에, 전환장애라는 진단명이 나왔다. 노 씨의 경우를 이 관점으로 해석하면, 누구를 때리고 싶은 욕망이 치밀지만 용납할 수 없는 무의식의 갈등을 팔의 마비라는 신체 증상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행동주의 관점에서는 전환장애를, 좌절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에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한 반응으로 본다. 극적인 증상으로 얻는 이득에는 내적 갈등을 깨닫지 않고도 내적 긴장,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쾌한 상황을 피하고 관심을 끌어 의존 욕구를 해결하는 이차 이득도 있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 증상이 심해진다.

전환장애는 주로 극적인 충격적 사건 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점에서 신체증상장애와 구별되며, 통증만을 호소하면 신체증상장애로 진단한다.

청소년의 전환장애에 대한 연구들에서는 마 양의 경우처럼, 학업이나 가정에서 받는 정신적 압박감, 가족 간 소통의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초기 발병은 스트레스나 외상과 관련될 수 있지만, 이러한 경험이 전환장애 진단의 필수사항은 아니다. 진단에서는 증상이 6개월 이하로 있는 급성인지, 또는 지속적인 것인지 구별하고,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동반된 경우와 아닌 경우인지를 확인한다.

신경정신의학 연구자로 유명한 트림블은 신체증상장애, 전환장애의 시작이 종종 감정적 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학교생활이 오랜 기간 어려웠는지, 또는 학교생활을 거부하는 증거가 있는지가 전환장애 진단에서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감정적 사건과 신체 증상 간의 관계에 대해 보통 환자들은 부인한다.

전환장애에서는 주로 중추신경 기능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기에, ‘기능성 신경학적 증상장애’라고도 부른다. DSM-5와 국내외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흔한 전환장애 증상들은 쇠약감, 마비, 감각 이상, 눈이 보이지 않음, 난청,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 등이다. 이외에 목구멍에 혹이 있는 느낌도 있다. 청소년의 전환장애에서는 가성 발작(간질과 비슷해 보이나 비디오-뇌파 검사에서 뇌전증이 아니라고 확인되는 경우), 몸이 떨리는 진전도 흔한 증상으로 보고되었다. 간혹 자신에게 중요했던 사람의 병을 동일시해 증상을 나타내는 수도 있으며, 청소년은 가까운 가족의 증상을 모방하는 경우가 흔하다.

급성전환증상의 특징은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만성화되면 아픈 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환자 역할’이 고정화될 수 있고, 정신적으로 퇴행해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체크리스트 1]

Q. 전환장애에 대한 설명이 아닌 것은?

1. 손목 위로는 감각을 느끼는데 장갑이나 양말을 신는 손이나 발의 부위만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감각 신경이 분포된 양상을 보는 해부학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2. 초기 발병에서 증상은 종종 이인증, 비현실감, 해리성 기억상실과 관련되기도 한다.

3.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 수일 내 또는 1~3개월 정도 지속되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4. 만성화되면 신체증상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5. 이 장애로 인해 어떤 이득을 얻고 있다면 만성화되기 쉽다. (힘든 과제나 책임 회피 등)

6. 환자 스스로 증상을 조절할 수 없고, 의도적으로 만든 증상은 아니다. 무의식적인 과정이어서 증상이 나타난 원인과 의미를 환자는 모른다.

7. 내적 갈등이 적은 건강한 인격에서도 전환장애가 흔하다.

 

정답 : 7번.

정신과에서 권하는 치료 전략은?

전환장애에 특별한 치료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증상으로 인해 어떤 이득을 얻는 것에 익숙해짐을 차단해 줌이 주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 방법이 치료 전략에서 중요하다. 신체증상장애처럼 전환장애에서도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기사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과 면담 방법 훈련 교재로 사용하는 자료에서 발췌해 전환장애가 있는 이들을 대할 때 치료에 효과적인 말을 소개한다.

첫째, 정신과 진료를 회피하는 이들에게 “정신건강 전문의와 면담이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신체증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많은 분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십니다.”라고 말함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둘째, 환자에게 자신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 묻는 것이 전환장애의 치료 단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한 대답은 병에 대한 환자의 무의식적 태도를 드러내며, 병의 근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흔히 자신의 증상을 특정한 심리와 연관시킴에는 저항을 보이지만, 종종 신경이 예민해졌을 때 증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털어 놓기도 한다. 이때 의사가 “어떤 상황이 당신의 신경을 예민하게 하나요?” “그런 일들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최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잘 기억나는 때는 언제입니까?” 등의 질문이나, 환자에게 일상적인 하루 일과를 자세히 말해보도록 함으로써, 증상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이는 스트레스 요인 단서를 발견하고, 환자가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던 연결고리를 빠르게 의료진이 찾아낼 수 있다.

셋째, 단순한 호의가 담긴 충고를 함은 피한다. “그만 걱정하세요.” “긴장을 푸세요” 등이 해당한다. 이런 말 대신에 신체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만성적인 걱정과 긴장감을 이야기할 기회를 환자에게 주고 대화함으로써, 문제점을 표현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고 정신과에서는 조언한다.

넷째, 상황을 검토해 보면서 환자가 남다르게 신체 감각에 특별히 예민하게 걱정을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줌이 때로 유용할 수 있다.

다섯째, 환자의 장점에 대해 언급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집안일만은 잘 유지한다 등의 칭찬은 전환장애를 가진 이들이 겪기 쉬운 수치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체크리스트 2]

Q.치료를 위한 방법으로 정신과에서 추천하지 않는 것은?

1. 환자에 대한 철저한 신체검사를 하여 신체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2. 철저한 신체검사 후에는 불필요한 재검사를 하지 않게 의사가 도와야 한다.

3. 증상으로 인해 이득 만족을 차단하도록 의료진이 돕는다.

4.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약물치료와 적절한 지지적 정신치료를 겸한다.

5.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공감하는 태도와 함께, 증상으로 인해 이득 만족을 차단하도록 조언하는 권위를 갖고 진료함이 효과적이다.

6. 환자가 치료 가능성에 관심 갖게 되기까지, 충분한 설명과 안심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7. 긍정 행동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행동은 무시하는 인지행동치료, 학교로 복귀하게 지도해주는 총괄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청소년의 전환장애에 도움이 된다.

8. 전환장애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이므로, 증상의 시작과 삶의 사건을 주의 깊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9. 병이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처음부터 직면시켜 주어 정신 차리게 한다.

 

정답 : 9번. 거부감이 생겨 치료가 중단될 위험이 있다. 전환장애는 무의식적인 것이어서 환자가 쉽게 알기 어렵다.

 

 

[체크리스트 3] 

Q.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대화 방법으로 정신과에서 추천하는 것은?

1. 의식 속의 갈등이나 의문을 털어놓으면서 긴장이 풀리도록 돕는 환기요법

2.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점차 병이 나을 것이라는 재확인의 말

3. 겪고 있는 증상이 완화되거나 곧 나을 것이라고 암시를 주는 말

4. 환자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환자가 증상으로 인해 이차 이득을 얻는 것을 최소한으로만 유지하도록 독려하는 말

정답: 1,2,3,4번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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