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예산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한다
상태바
장애인예산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한다
  • 편집부
  • 승인 2010.08.20 00:00
  • 수정 2013-01-31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

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등 관련부처 간의 조율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내년도 장애인복지예산 책정을 놓고 장애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장애인복지예산이 삭감되어 편성되고 있다는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장애인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매년 6월말에 기획재정부에 장애인복지예산을 포함해 다음 연도 예산 요구안을 제출한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 예산을 통합?조정해 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조정과정에 정부 부처와 관련기관단체들의 촉각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장애인단체가 ‘장애인민생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행동에 들어간 것도 기획재정부의 칼자루를 의식해서이다.

장애계가 이처럼 정부의 예산편성과 관련, 불안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처럼 기획재정부의 무소불위 행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해서다. 2010년도 기초장애연금예산만 보더라도, 복지부가 당초 요구한 기초장애연금예산액은 3천239억원이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이를 대폭 삭감해 국회에 최종 제출한 예산은 1천519억원으로 당초 요구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 수준이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지적하며 3천185억원으로 의결했으나 한나라당 주도의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를 다시 삭감해 1천519억원으로 확정시킨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킴으로써 장애계를 절망에 빠뜨렸다.

게다가 올해 보건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1년 예산요구안을 보면, 장애계가 불안해하는 것은 기우만은 아니다. 장애인들의 원성이 높은 장애등급심사 예산은 대폭 증액된 반면, 정작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장애아동재활치료서비스 예산은 동결되고 활동보조서비스와 장애인연금은 미미한 증액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국토해양부 역시 약속과는 달리 저상버스 도입예산을 동결시킨 것으로 알려져 장애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의 생존권과 직결된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아동복지 및 발달장애성인 자립지원, 탈시설 주거권 보장, 장애인연금, 저상버스 도입 등 장애인민생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복지부 앞 기자회견에 이어 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계가 장애인민생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리인가. 정부의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2009년 말 현재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수는 242만명으로 2000년을 기준으로 연평균 11%씩 증가한데 비해 장애인관련 예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관련 예산 비율은 1990년 0.1%에서 2000년 0.1%, 2005년 0.1%로 15년간을 꼼짝도 않고 있다. 2005년 기준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에도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 수준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의 장애인예산정책은 선진국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장애인구가 급증하고 장애인들의 욕구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개발도상국 수준의 낡은 장애인예산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장애인들의 삶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라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국격에 걸맞게 장애인복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관료들의 마인드와 정부의 장애인예산정책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