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만 놓고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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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만 놓고 나 몰라라
  • 편집부
  • 승인 2010.08.20 00:00
  • 수정 2013-01-3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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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장애인들에게 있어 대학에서의 수업은 TV 뉴스에서도 보듯 높은 건물과 그 많은 계단, 넓은 캠퍼스를 적어도 하루에 열 번 이상 이동해서 강의를 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12일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어도 장애대학생들에 있어 대학은 점자용 교재의 부재, 수화통역 및 문자통역과 같은 정당한 편의제공이 안 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곳이라며 이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며 장애대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법과 제도는 개선됐지만 대학 내 환경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으며 뽑아만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꼴임을 밝혔다.

대구대 전산공학과 김선득 학생은 “장애학생에 대한 평가기준이 교칙에 정해지지 않고 교수재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대의 경우 비장애학생과 똑같은 시간에 동일한 과제를 주면 비장애인에게 당연히 유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대학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답변을 듣자 기자는 초등학교 2학년 체육시간이 떠올랐다. 그 당시 교무주임이었던 담임선생님은 100m 달리기 때 내 차례가 오면 “앞으로 나가서 자리 잡아”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커다란 특권인 것처럼 의기양양 앞에서 달렸지만 한번도 1등은커녕 공책도 못 받았던 것 같다.

30여년 전 내 스승이 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도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은 이런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데도 대학은 장애학생을 차별하고 있다니 실망스럽다.

지성의 상징인 대학은 오히려 앞장서서 장애학생들이 어엿한 전문가나 직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되는 것 아닌가?

미국 하버드대학의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뇌성마비장애인이 입학하자 대학 측은 불과 한 달여 만에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는 얘기를 한 교수님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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