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얼마 안 되는 월급, 교통비와 식비로 다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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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얼마 안 되는 월급, 교통비와 식비로 다 나가요
  • 편집부
  • 승인 2023.11.16 10:20
  • 수정 2023-11-1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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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난희/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원 어머니
▲ 아들 김승현 군(사진 오른쪽)과 최난희 씨

안녕하세요.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에서 피아노 치고 있는 김승현 단원 엄마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예술단을 1년 남짓 다니면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보고 느낀 점입니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의 일원이 된 것은 우리 가족에게 큰 행운이었고 지금도 감사함을 느끼고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아이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 같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장애를 발견하고 20년 넘게 키워오면서 하루도 맘이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수면 위로는 편하게 유영하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로는 쉼 없이 발을 움직여야 하는 백조처럼 아등바등 살아온 것 같습니다. 아이가 수학적 지능이 뛰어나서 어린 시절엔 잠시 다른 꿈을 꾸기도 했었지만, 사회적 지능이 0에 가까워 학교에서 이런저런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저 계속 고개를 숙이고 다니고 사과만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교육과 치료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사회적인 기술을 아무리 가르쳐 본다고 한들 일반인이 될 수는 없다는 판단을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리게 되었지요. 사회라는 건 어차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건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에게 학업적인 성공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대신 어떻게든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에 소질이 있었고 작곡도 곧잘 했어요. 집에 방음실을 만들어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언제든지 피아노를 치게 해주었고 결국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에 비해서는 한계가 있는 실력에, 뛰어난 장애인 음악인들도 많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다시 과연 무엇을 하면서 살게 해줘야 하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보고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과 거의 동시에 취업을 한 거니 상상도 못 한 행운이었지요. 둘째 아이가 졸업반인데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동생한테 형인 숭현이가 큰소리를 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더니 인생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참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자폐인인 우리 아이에게도 평범한 직장인처럼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거지요. 


 시작은 석남역에 있는 인정재단의 건물이었습니다. 인정재단 건물의 인프라를 이용했기 때문에 넓은 강당에서 연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러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석남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기 때문에 교통편도 너무 좋았어요. 혼자서 얼마든지 출퇴근 가능했고 인정재단에서 엄청 저렴하게 맛있는 점심을 먹었어요.


 그렇지만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인정재단 소속 단체가 아니라 인정재단이 인천시로부터 수탁해 관리하는 기관이라 독립은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올여름 지금의 새 건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달라진 점은 에어컨 빵빵 나오는 새 건물이라는 겁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한 기분을 느낄 만큼 새 의자 책상, 새 음악실이 있어서 기분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석남역에 비해서 주변이 조용하고 한가롭습니다.


 그렇지만 새 아파트에 하자가 있듯이 조금씩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사실 다 연동되는 거긴 하지만 편의상 몇 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째, 교통 문제입니다. 버스편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마저 없습니다. 전철이 없는 건 물론이고요. 교통편이 너무 열악해서 출퇴근 시 애로가 많습니다. 가까운 길을 많이 돌아서 가야 합니다. 팀장님이 석남역에 모인 단원들을 실어나르고 계시지만, 단원들이 석남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고 다른 단원들 기다리고 하는 과정들이 시간을 너무 소모합니다. 장애인콜택시로 출퇴근하는 단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월급이 다 교통비로 소진됩니다. 혼자 힘으로 출퇴근 가능한 단원들도 많은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장애인의 자립과는 역행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째, 점심 문제입니다. 일반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점심 비용이 인정재단에 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나갑니다. 물론 다른 일반인 기준으론 비싸다고 할 수도 없지만 우리 아이들은 한 달 월급이 교통비나 간식비 정도 해결하는 정도라 부담되는 액수입니다. 월급의 1/5이 점심 비용입니다. 우리 예술단에 대한 지원으로 점심 경비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단원들의 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급여 문제입니다. 작업시간이 하루 3시간(?) 인정되고 최저시급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 다닐 수 있단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고 지금도 사실 그 마음이 더 크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 단원들의 부모들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건 자립적인 삶인데, 지금의 급여로는 부모가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하고 우리 부모들의 사후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다 연동되는 것이고, 결국은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만 해결되는 것들입니다. 지금도 많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행운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고 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일매일 연주하는 삶이 행복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꿔 보면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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