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 “제 일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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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제 일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11.08 09:52
  • 수정 2023-11-0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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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주년 경찰의날’ 유공자 표창 수상
양한샘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원

기자가 양한샘 조사원을 만나러 간 날,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무실이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쉼 없이 울리는 전화벨과 상담 목소리로 가득한 날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조용한 날은 오히려 ‘무탈한 날’이라고 양 조사원은 웃으며 말했다.

양한샘 조사원은 경찰과 협업해 지역 내 학대피해 의심 장애인을 구조하는 데 힘써온 사실을 인정받아 지난 ‘78주년 경찰의 날’에 감사장을 수상했다. 최근 삼산경찰서와 함께 인천시 부평구 한 미신고 시설에서 학대피해 의심 장애인을 구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설에서 학대를 받고 있던 장애인분들은 응급분리를 통해 다른 시설로 옮기셨고, 시설에 대한 사법처리 등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사례의 경우 학대 당사자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신의 학대 사실 등에 대해서 인지하고 분리하는 것을 받아들여서 다행히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지만, 항상 모든 사례가 쉽게 풀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피해 당사자분들이 학대 사실에 대해 직접 확인을 해주시고, 분리 등에 응해주셔야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학대가 가정에서 일어나다 보니 가족을 ‘학대 행위자’로 말하는 것을 꺼리시고, 또 현재 학대를 받고 있다고 해도 그 공간과 사람들 곁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시다 보니 학대를 당하고 있음에도 아니라고 숨기시는 경우죠.”

“이럴 때 그럼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조사원은 “계속 설명하고, 말씀드리고 설득하는 거죠. 그것뿐이 답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당사자분이 겪고 있는 일은 학대가 맞고, 잘못된 상황이라고 설명해 드리죠. 물론 한두 번 말씀드린다고 마음을 돌리진 않으시지만, 그래도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저희에게 속내를 말씀해 주세요.”

학대 장애인 당사자를 만나는 일이 이제 익숙할 만도 하지만 아직도 학대를 받은 분들의 사연과 현장을 떠올리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항상 해결된 사례에 대해서는 보고, 들은 것들은 가능한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정말 학대의 사각지대가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공간, 장소, 관계 속에서도 일어나고요. 참 안타까워요. 그런 사례를 마주하고 나면 제 마음도 편치 않고요. 그래도 가라앉는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듣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누군가의 좋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는 것은 그의 배가 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양 조사관은 들어주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이 일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조금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귀를 열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거예요.”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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